새벽 1시의 퇴근, 아무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90

불 꺼진 현관문을 조심히 엽니다.

가족이 깰까 봐 발소리를 줄이고, 숨소리조차 가늘게 만듭니다.

현관에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식지 않은 가족의 체온이 아직 머무는 집 냄새.

간단히 요기거리를 꺼내 요기를 합니다.

괜찮은 척, 당당한 척하고 살아도

사실 난, 매일 조금씩 부서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낮엔 IT 회사 과장으로 일합니다.

문제 해결, 보고, 예산 검토, 사람들과 조율…

내가 잘하려고 해도, 뭔가 늘 빠듯합니다.

그래도 참아요.

이게 ‘가장’이니까.

‘아빠니까.’

오후 5시, 퇴근을 하지만.. 실은 또 다른 출근입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씻고, 재우고 하다보면 9시가 훌쩍 넘습니다.

배달 앱을 켜고, 헬멧을 쓰고 자전거에 오릅니다.

보험료, 감가상각 같은 건 이제 계산도 안 해요.

그냥, 벌 수 있을 때 벌자라는 생각뿐입니다.

봄인데, 거리엔 아직 봄이 오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4월인데,,

바람은 차고, 손끝은 시립니다.

비라도 오는 날엔, 그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4시간을 달리고 나면,

엉덩이는 뻐근하고, 팔은 저립니다.

근데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그럴 때마다,

아이 사진을 봅니다.

아내가 보내준 영상 하나를 돌려봅니다.

둘째가 말 배우기 시작했다던 영상.

"아빠아~" 하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오늘 하루도 다시 살게 합니다.

우리는 흔히 말하죠.

“그래도 500 넘게 받는데, 왜 힘들어?”

맞아요.

한 달 실수령 520만 원.

적지 않죠.

하지만 그 안에서

전세대출 이자 빠지고,

아이들 교육비,

양가 부모님 용돈,

보험료, 공과금, 통신비…

한 달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표현이 아니라, ‘빠르게 사라진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무언가를 사려면 계산기부터 두드리는 삶.

한 달에 한 번, 아내와 외식하는 것도 눈치보게 되는 현실.

그걸 조금만 더 편하게 하고 싶어서,

지금도 나는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도

아무 말 없이 밤을 견디는 분들 계실 겁니다.

혼자 소주 한 잔 들이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문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 마음, 너무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

참고, 버티고,

끝내 해내고 있잖아요.

누구보다 멋지고, 누구보다 단단하게.

"지금도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내는 모든 40대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정말, 잘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