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여행기 -촐폰아타 (이식쿨호수)-

원래는 비슈케크에서 바로 타슈켄트로 넘어가는 일정이였는데 여름에 키르기스스탄에 가는데 이식쿨호수를 가지 않으면 그건 바보라고 하더라구요. 카자흐스탄에서부터 너무 귀에 못이박히게 들었습니다. 비슈케크는 사실상 볼것도 없고 딱히 할것도 없는데 이식쿨호수를 안갈꺼면 그냥 바로 비행기 타고 타슈켄트로 넘어가라고 합니다. 

사실 키르기스스탄에 가보니 정말 볼게 없긴 하더라구요. 쉬기도 잘 쉬었겠다 어차피 혼자온 여행에 일정도 자유롭기도 하고 얼마나 좋은지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식쿨 호수로 향합니다. 이식쿨 호수도 좀 특이한것이 제주도 3배정도 되는 면적인데 호수 입니다. 

그런데 호수이면서 염호라고 해서 짠물이 나옵니다. 온도는 상시 18도정도라서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합니다. 도대체 뭔 물이길래.. 

그리고 크기가 크기이다보니 호수를 둘러싸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나마 관광인프라가 잘되어있는곳이 북부 이식쿨에 촐폰아타라는 마을 그리고 남부 이식쿨에 카라콜이라는 마을입니다.

지도상으로 밑줄친 곳입니다. 남부는 카라콜이라는 곳이 유명한데 카라콜은 이식쿨도 이식쿨이지만 트레킹에 성지라 불리는 알틴아라산 코스가 있는 곳입니다. 저도 가보고 싶었지만..시간관계상 패스 했습니다. 어쨌든 짐을 싸고 출발했습니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티켓을 끊습니다.가격은 280솜 정도로 8400원 정도 입니다. 

근데 버스가 그냥 미니버스... 그래도 벤츠네..

문제는 저 버스는 사람이 다 타기 전까지는 출발을 안합니다. 복불복이에요 출발시간 따윈 없습니다. 그냥 사람 올때까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건데... 더욱더 큰 문제는 외부온도가 35도정도인데 에어컨을 안틈. 그리고 개조를 해놔서 22명이 타야하는데 사실상 뭐 과적이죠.

35도에 22명이 낑겨서 타는데 에어컨도 안나오는.. 거기에 개조된 좌석이 안락할리가 없구요.

어쨌든 1시간 정도 기다려서 사람 다채우니까 출발합니다. 출발해서도 에어컨따윈 없고 창문 열어 놓고 바람들어오게 하는걸로 땡.. 여름엔 창문 열고 달리나 에어컨 켜나 연비차이 안나는걸로 아는데.. 거기에 버스기사님 쿨하게 담배도 피우시고 러시아 뽕짝 같은 노래도 틀어 놓으시고. 앞으로 4시간이 고행길이 될게 뻔히 보입니다.

눈치 없게 경치는 좋음..

키르기스스탄에서 모히또 한잔해주구요..

그렇게 장장 4시간을 달려서 도착할때쯤 이제는 사람들이 버스기사한테 세워달라고 말합니다. 정류장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그냥 자기집 가까운곳에 세워달라고하면 쿨하게 세워주심. 저는 버스종점까지 가긴 했습니다. 

어쨌든 달리고 달려서 촐폰아타에 도착했습니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20분거리인데 짐이 워낙 많아서 버스를 부르려고 얀덱스를 켰는데. 

??? 주위에 택시가 아예 없습니다. 뭐지??

할수없이 호객행위하는 택시를 붙잡습니다. 주소를 보여주니 

"얼마줄꺼야?"

"???" 이새퀴들이 용산에서 살다왔나 얼마를 내가 왜줌?

"나여기 처음이야 가격은 너네가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얼마나 낼꺼냐고!"

"야 안타!"

갑자기 저를 잡습니다.200솜이랍니다. 3분도 안걸리는 거리를 200솜?? 내가 4시간 버스타고온게 280솜인데? 저는 50솜을 부릅니다. 거들떠도 안봅니다. 

"안탐!"

그냥 걷습니다. 뭐 작년에 순례자길 갔다왔을때도 하루에 30키로는 걸었는데 이정도는 우습죠 뭐. 걸어가는데 카페가 보여서 빡친 마음도 누를겸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땡겨서 일단 카페로 갑니다. 

그리고는 자리 안내를 받고 아이스 커피를 한잔 시켰습니다. 사장인듯한 이쁜분이 오시더니 어디서 왔냐고 하길레 "까레야"라고 대답하니까 오오~~ 하면서 한국인 오랫만에 본답니다. 

근데 아무리봐도 키르기스스탄사람같이는 안보여서 너는 어디서왔어? 라고 하니까. "키르기스스탄"이라고 하길래 

"한국인 닮았는데요?" 하니까 음청 좋아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커피가 나오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종업원 한명이 자꾸 빤히 나를 쳐다봅니다. 그래서 나도 지기 싫어서 그냥 카메라 꺼내서 사진 찍었습니다. 

진짜 보고있는 그대로 찍어줌. 

그랬더니 도도도 달려와서 자기 찍힌걸 보고는 보내달라고해서 인스타그램 아이디 교환하고 저녁때 보내줬어요. 17살입니다. 네..

어쨌든 커피를 마시고 15분정도 열심히 걸었더니 게스트하우스가 보입니다. 아 정말 여기 게스트하우스 최고였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딸과 딸의 남편 가족이서 운영하시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시설도 새로 지어서 깔끔하고 와이파이 겁나 빠르고 특히나 아침식사도 주시는데 매번 먹고 더먹으라고 계란후라이에 뭐 각종 음료에 배 빵빵하게 먹이신다음 커피에 후식까지 계속 주세요. 진짜 할머니처럼 챙겨주셨고 할아버지는 인상좋으신데 약간 츤데레라 해야하나 항상 뒤에서 챙겨주시는 분이십니다. 

저는 더블룸에 샤워실 딸린방을 예약했고 가격은 여기도 40달러 정도였습니다. 갈수록 숙박비에 대한 지출이 너무 커지는듯 하긴하지만.. 이쪽이 여름 휴양지다보니 숙박비 자체가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긴 했습니다. 그래도 해변(호수라 호변이라하긴 어색하네요)까지 걸어서 15분정도이고 맛있는 식당들도 많아서 잘 선택한것 같았습니다. 

이번여행에서 호텔은 정말 잘 고른것 같았어요. 

그렇게 숙소에 짐을 풀고 한바탕 씻고 낮잠 한숨자고 나서 일어나니 조금씩 어둑해졌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니 갑자기 훅 추워지더라구요. 할아버지가 저를 보더니 외투 챙겨입으라고 하십니다. 

"어우 여기 왜이렇게 추워요..?"

"여기 해발 1600미터야. 서울은 높지 않지??"

찾아보니 해발 1600미터면 덕유산 정상이더라구요. 가본적은 없지만.

다행히 바람막이는 챙겨왔기에 바람막이에 츄리닝 입고 크록스 질질끌고 할아버지가 추천해주신 식당으로 갑니다. 근데.. 식당이 좀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막 춤을 추고 있고 DJ도 있고 다시 나가서 식당 맞나 보니까 restraunt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식당 맞는듯 합니다. 

일단 배고프니까 그냥 들어갔더니 메뉴판이 식당 메뉴판 맞습니다.

그래서 양고기 샤슬릭이랑 바우르삭 하나 시켜놓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정말 키르기스스탄은 다른 스탄국들중에서 제일 오픈되어 있는거 같아요. 헌팅을 일상다반사고 커플끼리리는 물고 발고.. 저 사진에도 나오지만 저날 좀 추웠거든요? 근데 시원하게 입으신 분들 엄청 많았어요. 어쨌든 뭐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여기가 클럽인지 식당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저기 저 3명이서 춤추는 언니들이랑 화장실입구에서 만났는데 몸개그 보여줌. 진짜 너무 웃겨서 끅끅거리면서 지나갔는데 몸개그한 올백머리 언니가 되게 민망해 하더니 내자리 와서 샤슬릭 하나 뺏어먹구감 -_-; 나쁜뇬.. 
사람들 춤추는거 보니까 재밌기도하고 어차피 지금 들어가봤자 잠도 안올듯 하고 보드카 2잔에 맥주한잔까지 섞어서 마시고 숙소 들어가서 푸욱 잤습니다.

다음날 드디어 이식쿨 호수를 가는날입니다. 10시쯤 일어나서 카메라랑 장비 챙기고 길을 나섭니다. 아 수영복도 입구요.

주인할아버지가 저를 보더니 너 클나 얼른 모자쓰고와라고 하셔서 후다닥 모자 쓰고 다시 나옵니다. 

15분정도 걸으니까 출입구가 보이고 출입구로 휙 들어가니까이런 풍경이 보입니다.

그리고 점더 들어가자 패러슈트가 보입니다. 안그래도 어제 게스트하우스 주인 따님이 다른건 몰라도 패러슈트는 꼭 타라라고 해서 뭐 타러 갔습니다.

와 진짜 왜 타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정말 이건 꼭 타셔야해요 무조건 꼭꼭 타야 합니다. 가격은 1500솜이였나? 한국돈으로 21000원인데 솔직히 비싼건 아니잖아요?

저는 태어나서 눈물나게 예뻤던 풍경중에 탑3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면..

이식쿨 호수가 저렇게 해발 3000미터는 거뜬히 넘는 천산산맥에 둘러쌓인 구조입니다. 패러슈트를 타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을 시키는데 이식쿨호수가 엄청 크잖아요?? 뜨면 밑에는 파란바다같이 물이 펼쳐져있는데 앞에는 설산이 보인단 말이죠!! 진짜 뜨자마자 무섭단 상각보다 와 미쳤다!! 내가 이걸 보다니.. 계속 타는 내내 와~~ 와~~ 이말밖에 안나왔어요. 밑에는 사람들이 선탠을 하고 있고 파란 물이 보이는데 앞에는 설산이 보이는 풍경. 이건 미쳤어요.

진짜 딱 이런느낌이라고 보시면 됨. 

이걸 내리고나서 그 감동이 잊혀지질 않고 있는데 꼬맹이가 자기도 패러슈트 탄다고해서 귀여워서 사진한방 찍어줌.

이건 다이빙 다하고 카메라 가져와서 다시 찍은 사진이에요. 저는 저 높은데서 뛰었습니다!! 무서웠지만 재밌었어요. 

실제로 다이빙을 해서 물에 들어가보니. 정말 물이 짰습니다. 바다만큼 쓴맛이 날정도로 짠게 아니라 라면에 소금 3스푼 크게 넣은 맛?? 그정도 염도 였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붙임성도 좋은편이라 그냥 모르는 사람인데도 저한테 말을 막 걸어서.. 

"러시아말 몰라요, 한국사람이에요"(이건 러시아말로 배워서 갔음)

"아?!"

"Как он называется?Почему он русский?" 뭐라고 계속 러시아말로 함. 그래서 그냥 싱긋 웃어주고 다시 다이빙했습니다. 

얘가 러시아말로 막 뭐라했던 애.. 

뭔가 물위로 올라오면서 섹시하게 촤아아악~~ 이라고 주문하고 싶었는데 러시아말 몰라서 그냥 찍었어요. 

그렇게 다이빙도 마치고 여러사람의 사진을 찍고 다녔습니다. 다들 휴가들을 온사람들이라 흔쾌히 응해주더라구요~ 

러시아 꼬맹이들도 찍고~~ 꼬맹이 엄마들이랑도 얘기하고~ 의외로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영어를 못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그래도 영어를 좀해서 대화가 수월 했습니다. 근데 엄마들이 죄다 20대 중후반.. 보통 21살 22살때 첫아이를 낳는다고 합니다. 저보다 더 어렸어요. 제가 이식쿨호수에서 느낀바를 정리해보면

이쁘면 미성년자일 확률이 매우 높구요 , 섹시하면 애엄마일 확률이 높습니다. 워낙 결혼을 빨리하고 아이들 성장이 엄청 빨라서 그냥 가늠이 안되요.. 

어쨌든 저는 돌아가는길에 정말 만족할만한 모델을 구했답니다.

13살입니다.

이친구랑은 따로 다음날 만나서 사진을 찍었고 개인적인 포트폴리오에 넣어놨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힘들지만 마의 14살과 15살만 잘 넘기면 한국 에이전시쪽에서 부를수도 있을꺼 같아요. 마스크도 개성있고 키도 이미 174정도라서 키조금 더크고 관리 잘하면 괜찮은 모델이 될꺼 같았습니다. 포징도 자연스러웠고 좋았어요. 

그렇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들어오는길에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너 말타봤어?"

"아니요?"

"타볼래?"

"어 네네 얼마에요?"

"700솜 (만원)"

"헐 한시간에요?"

"응"

"두시간 탈께요 -_-"

"아니 한시간만 타.."

"왜요?" 

"처음타면 힘들어서 2시간 못타.."

"에이 저 체력은 좋은데"

"체력하고 상관없어 한시간만타.. 아니 그러면 1시간 타보고 괜찮으면 연장해라"

"네 ^^"

바로 옷갈아입고 말타러 갔습니다. 농장이라고해야하나? 경마장 주위에 말 농장이 꽤 많이 있었고 인상 좋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할아버지랑은 아는사이인듯 인사를 나누고 제 소개를 러시아어로 해주셨습니다. 

할머니는 인자하게 웃으시고는 오늘 탈 말 "제냐"를 소개해줬습니다. 진짜 컷어요.. 근데 제가 몸무게가 좀 있다보니..

"할머니 저 몸무게가 좀 나가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아... 저기 봐봐"

가르키는쪽을보니 저보단 몸무게 2배는 나갈꺼 같은 중국인에 말위에 있더라구요. 안심하고 탔습니다. 그냥. 

요녀석이 제냐

미리 게스트하우스 할머니가 각설탕 몇개랑 당근 주셔서 그걸로 얘랑 친해지라고 하셨었어요. 주니까 잘 먹더라구요. 

할머니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안장 셋팅 다해주시고 말을 끌고 나오셨습니다. 다행히 말위에 올라타는건 어렵지 않게 올라 탔는데 자꾸 말한테 미안해서..

1시간동안 이식쿨호수를 지나가는 코스를 돌거라고 하셨고 말 고삐쥐는법이나 말 달리게 하는법 멈추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터벅터벅 말타기를 시작했죠. 

타박타박 소리 진짜 좋았어요. 앞에 개도 살짝 보이는데 농장에서 키우는 개랍니다. 말타고 나가면 같이 산책하는개래요. 

말을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는데 말도 하루에 3시간 이상은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달리지 않으면 말도 힘들어 한다고. 그래서 오전에 해가 강하지 않을때 풀어 놓으면 지가 알아서 풀뜯고 이식쿨 호수 물먹고 덥다 싶으면 농장으로 돌아온대요. 

말 가격은 제가 탄 제냐는 500만원 할머니가 탄말은 700만원 정도 입니다. 하지만 유지비가 연간 100만원은 들기때문에 힘들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도 경마에서 우승하거나하면 큰 돈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런 말은 어느정도 달리다가 교배마로 쓰인다고 하시는데 그렇게되면 2천만원도 넘는다고 합니다. 

가다가 이식쿨호수를 만나니까 말이 갑자기 물을 쭉쭉 먹기 시작하는데.. 아까 제가 물이 짜다고 했잖아요? 

"물이 짠데 마셔도 되요?"

"그럼~ 오히려 말한테 더 좋아 미네랄 워터거든" 

하면서 말이 물을 다 마시자마자 다시 출발합니다. 근데 한 30분정도 지나니까.. 엉덩이가 조금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고 허벅지가 땡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빨리 걷는것도 아닌데 의외로 엉덩이 허벅지 허리가 다 아프더라구요. 어쨌든 그래도 이런 기회가 어딨나 싶어서 그냥 계속 탔습니다. 

현실 우마무스메같아서 재밌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 말대로 1시간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구요. 그렇게 1시간동안 산책코스를 끝내자 마자 할머니는 말 먹이를 줘야 한다 하시길래 

"저도 같이 할께요~" 하면서 도와드렸습니다.

근데.. 먹이만 주는게 아니라 말 똥 치우고 짚 다시깔아주고 먹이주는거더라구요. 30분간 같이 노동했습니다. 

그리고는 숙소 근처 그 카페로 가서 

샤슬릭 한사바리 땡겨 주구요..

다시 숙소에 왔습니다. 내일은 비슈케크를 거쳐 타슈켄트로 가는날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정을 같이할 친구들을 만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