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을 댔다.

근 3년간 원칙을 지켜가며 etf만 매수해오다

한순간 햇가닥 하며 미수거래를 진행했다.

나의 사례를 보면서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대리 체험만으로 느껴보고 절대 시도 조차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볼까 한다.

한달전, 자산은 꾸준히 올라 3억 6천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나는 급성 담낭염에 걸려 1주일간 입원을 하며 쓸개 제거 수술을 했다.

병원비를 정산해 보니 300만 원이 좀 넘어가더라.

다행히 실비를 들어놓은 게 있어서 200만 원은 돌려받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보험료를 청구했다.

그런데..

하루 뒤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고 담낭 관련해서는 가입 이후 5년간 청구가 불가하다는 특약이 걸려있어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ㅠㅠ

기억을 더듬어보니 2년 전 실비를 가입할 당시 2018년에 담낭 관련해서 1주일간 입원이 있어 같은 부위에 문제가 있을 시 5년간 보장을 안 한다는 특약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당시엔 ‘설마 또 그러겠어’라는 생각으로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하고 가입했던 것 같다. (특약이 없다면 가입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통보를 들은 후 안 나갔어도 될 돈이 나갔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깝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300만 원 크다면 큰돈이지만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이 아닌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맛탱이가 갔나 보다. 이걸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게 미수거래로 만회하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이어져 버린 거고..

미수거래 가능 액수를 보니 나의 키움 추정 자산은 2억 5천이고, 우량주는 그 4배를 빌릴 수 있었다. 무려 10억 원이다.

이게 미친 짓이라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단 3일간 거래가 가능하고 그 이후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전부 매도를 하고 갚아야 한다. 10%만 하락을 맞아도 -1억, 20% 면 -2억이라는 돈이 내 자산에서 사라진다. 물론 반대면 좋겠지만. 인생은 한 번뿐이라 이런 도박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근데 이전 한 달은 매수 버튼 참기가 힘들더라.

sk하이닉스 분위기가 좋아 며칠을 주시했다. 그리고 정말 사고 싶었던 날이 왔고, 매수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되는 순간까지 갔다가 미수는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꾹 참았다.

그리고 며칠 뒤 젠장! 하이닉스 주가는 3일간 7% 정도가 올랐고 샀으면 7천만 원을 버는 셈이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 (바보 같은 결과론인 거 안다. 근데 아무튼 저번달은 맨탈이 이랬다)

며칠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드디어 뇌절의 순간이 왔다.

기아 10억 원어치를 충동적으로 사버렸다. 그 순간부터 심장은 두근두근,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지배했다.

-매수 당일

매수를 한 시간부터 장 종료까지 쉼 없이 떨어진다.

마이너스 3%를 찍고 내 계좌는 -3000만 원.

이미 첫날부터 맨탈은 터졌고, 일이 손에 안 잡힘. 더 큰 피해를 막으려고 손절할까를 수없이 되뇌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냅둠. 퇴근 후엔 이 현실을 잊기 위해 말없이 음악을 크게 틀고 수박 게임만 왠종일 집중하다가 겨우 잠듦.

-2일차

역시 하락으로 시작해 장 종료까지 떨어짐.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음. 생각했던 손절라인 아래로 간지도 오래. 이때부터 될 대로 돼라라는 생각. 온몸이 부들부들.

장중 마이너스 7%, 계좌는 -7000만 원. 자산 3억 깨짐.

연봉 이상의 돈을 잃었고, 그간 꾸준히 벌어온 etf 성적이 다 무의미해짐. 약 3년정도 뒤로 과거로 돌아가면서 퇴보해버린듯한 느낌. 머릿속은 후회로 가득하고, 차트를 보니 다음날도 오를 거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듦. 그래도 매도 안 함. 그냥 정신을 놓아버림. 그냥 수박게임만 함.

-3일차

이날 안 팔면 다음날 반대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무조건 매도를 해야 하는 날이 왔다. 이미 정신은 너덜너덜했고 1%라도 올라 매도하길 기대하며 2시쯤 팔아야지, 하고 알람을 맞춰놨다. 다행히, 시초 +1% 정도로 시작하고 장 마감까지 꾸준히 올라 +5% 정도로 마감했고 나는 참고 참다 3시가 넘어 기아를 모두 매도했다.

-최종

수수료, 연체이자 등을 합쳐 900만 원 가량 마이스너스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비록 돈을 잃었지만, 7천만 원 이상을 잃을뻔한 것 생각하면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매도 직후 내 정신은 돌아왔고, 정말, 찐으로 다시는 미수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수백 번 했다. 이건 그냥 도박에 빠진 미친놈일 뿐이다. 계속 이걸 한다? 그건 폐가망신이라는 결말이 확정적이다. 하면안된다. 더이상 하고싶지도 않다. 이 기억을 잃지 않으려고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나를 믿고 기대해주는 주변에게도.

isa, 연금저축, etf, 미장 등 여러 정석적인 키워드의 중요성을 주변에 설파 하고 다녔는데, 그런 내가 순간의 도박을 참지 못한 것이다.

사실 약 4,5년 전에도 미수를 몇 번 건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당시는 자산이 적어 3억원정도로 진행했으나 당시 자산 비율로는 지금과 같은 분명 큰 돈이였다. 언제나 충동적인 짓이었고, 결과가 좋지 못했고, 3일간 정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반복해서 적어본다. 미수거래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미친 짓일뿐이다. 분석이 무의미한 3일간의 홀짝 게임 도박일 뿐이다. 운이 좋아 벌게 되더라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진행을 하다 보면 결국 잃게 되는 게임인 뿐인 것이다.

절대 미수를 건드릴 수 없는 계좌로 바꿀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제도는 없다. 비밀번호 4자리만 입력하면, 그 누구나 이 도박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지만, 결국 본인의 의지와 원칙을 맘속에 지니고 안하는게 맞다.

지난 1주일의 기억을 평생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되뇌고 또 되뇔 것이다. 4,5년 전 다짐과는 다르다. 절대 인생을 운에맞길 나이도 아니다.

난 아직 젊고, 여전히 나이에 비해 자산이 많다. 자산증식을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을, 지수 etf를, 복리의 힘을 믿을 것이다. 이 원칙에 대한 900만 원의 수업료를 지불했고, 마음에 새겼으며, 꼭 돈을 잃지 않을 것이다.

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MjAyNDA0MDdfMTU1/MDAxNzEyNDcwNDE1MjQw.7wyPp6gN8Q9YqRs4Y_I5XC57p9lkofEmHC2vwnd5sBsg.tRbHw-8yBtaREXCgvkXo0ID6lYPzh33pyu4yZBmqB2Yg.JPEG/IMG_0918.jpg", "originalWidth" : "900", "originalHeight" : "370", "linkUse" : "false", "link" : ""}" area-hidden="true" style="cursor: pointer; -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1);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font-style: inherit; font-variant-caps: inherit; font-stretch: inherit; font-size: inherit; line-height: inherit; font-family: inherit; font-size-adjust: inherit; font-kerning: inherit; font-variant-alternates: inherit; font-variant-ligatures: inherit; font-variant-numeric: inherit; font-variant-east-asian: inherit; font-variant-position: inherit; font-feature-settings: inherit; font-optical-sizing: inherit; font-variation-settings: inherit; vertical-align: baseline; position: relative; display: block;">

24년4월7일. 절대 잃지말자. 인생은 도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