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계에도 필요한 것 - 선수들의 단결 - 1973 윔블던 보이콧 - 국가 스포츠 협회의 횡포에 대항

https://www.nytimes.com/2023/07/01/sports/tennis/wimbledon-boycott-players.html

테니스는 지금 프로리그가 완전히 정착해 있고, 프로리그 역사가 수십년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KBO나 K리그보다는 훨씬 깁니다.)

그런데, 테니스계에도 국가 스포츠 협회와 선수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1972년 남자 프로 테니스 선수들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ATP(테니스 프로 선수 협회)를 만듭니다. 

이때까지 ATP는 단순한 선수 협회였고, 대회를 운영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로 대회는 여전히 ILTF(현행 ITF)라는 국제기구(배드민턴의 BWF에 해당)에 의하 운영되었습니다.

1973년 5월 유고슬라비아의 넘버 원 선수 니콜라 필리치가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유고슬라비아 테니스협회로부터 9개월(이후 ILTF에 의해 1개월로 줄어듦)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것은 ILTF에 의하여 인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해 6월에 진행된 윔블던에 필리치가 참가할 수 없었음을 의미하지요.

이것에 항의하여 ATP의 선수 81명이 "필리치가 윔블던에 뛸 수 없다면 우리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필리치가 윔블던에 뛸수 없게 되어 보이콧이 실행됩니다. 보이콧을 실행한 선수 중에는 전년도 윔블던 우승자 스탠 스미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위시드 20명 중 16명이 불참합니다. 

이들은 선수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각국 협회"의 의중에 따라 모든 것이 제어되는 것에 불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고, 한동안 ATP는 ILTF의 운영에 대해 "선수 자문단" 형태로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만의 권한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바꾼 것은 1990년 ATP가 스스로 투어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현재 남자 프로테니스계는 4대 그랜드슬램 대회와 ATP 투어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4대그랜드슬램대회는 여전히 ITF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ATP와도 깊이 협력하고 있으며, 예전처럼 국가대항전 안나왔다고 선수자격을 정지시키는 횡포는 부리지 않습니다.

(4대그랜드슬램 대회는 워낙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ATP에 종속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ITF에도 종속되지 않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동안 아래의 과제들이 해결돼야 할 겁니다.

1. 충분한 인기를 확보

 - 남자 프로 테니스는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굉장히 인기있는 스포츠입니다. ATP처럼 팬들과 광고주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자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라에서 지원금 같은거 받지 않아도 돼야 합니다. 

2. 선수들의 연합, 자체 투어 운영

 - 남자 프로 테니스는 선수들의 연합체가 투어를 운영합니다. 따라서 배드민턴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물론 "집행부"는 현역선수가 아닌 관계로 이런저런 트러블은 있습니다만, 예전보다 훨씬 선수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습니다. BWF를 뒷방 늙은이로 밀어내고 자체 투어 만들어서 자생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 겁니다. 

3. 시간

 - 윔블던 보이콧이 실행되고 거의 20년이 지나서야 ATP가 자체 투어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배드민턴계에도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운동해서 먹고 사는" 모든 선수가 국가와 무관하게 선수들의 협의체에 의하여 운영되는 리그에서 활동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대부분의 스포츠는 충분한 인기가 없기 때문에 나라에서 지원금 받으면서 돌아가고 그래서 대부분 불가능한 일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