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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아카데미에서 뛰고있었던 재능있는 이 소년을 내게 처음 소개시켜준 건 앤디 켈리 (Andy Kelly)였다.
내가 'AK'라고 부르는 이 친구는 나와 아주 절친한 사이로, 지금은 리버풀 여성팀과 아카데미팀에서 언론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2016년에는 리버풀 에코 (Liverpool ECHO)에서 한솥밥을 먹은 직장동료였다. 나와 AK는 음악, 경마, 프라이드 치킨 등 겹치는 취향이나 관심사들이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커크비에서 커가는 U23, U18 선수들의 미래였다.
공교롭게도, 몸매는 빼빼 말랐지만 오른발에 로켓포를 달고있고 성공에 대한 야망이 대단했던 어린 미드필더의 존재를 내게 처음 알려준 것도 AK였다. 그때부터 AK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아카데미 시절 미드필더) 사랑은 워낙 유별나 블러드 레드 팟캐스트 (Blood Red podcast, 에코 기자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였지만, 결국 AK의 판단은 정확했고 그 때의 믿음은 지금의 결과가 말을 해주고 있다. AK가 에코를 떠나던 2018년, 알렉산더-아놀드 또한 "그동안의 응원에 감사를 드린다"며 사인 유니폼을 선물했는데, AK는 그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친구였다.
어쨌든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안남겨둔 2016년 이 맘 때 쯤이었다. 밖에 나갔다가 사무실에 복귀한 AK는 확신에 찬 눈빛을 하고있었다. "존시, 나 한 명 제대로 찾았어." AK는 이 말과 함께, 침을 튀기며 그 날 오후 미들즈브러와의 U18 경기에서 "경기를 혼자 이끌어간" 15살짜리 선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았다.
자신감이 넘쳐보였고, 다양한 발재간, 속임동작, 기술들과 함께 능글맞은 미소를 가지고 있던 그 선수. 커티스 존스였다. 스카우저였고 U16팀의 주장이었기 때문에, 아카데미팀의 모든 이들이 존스에게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는 실제 확인된 내용이기도 하다. "고놈, 다이아몬드에요.", "이대로만 성장하면, 1군에서 뛸 녀석입니다." 아카데미팀의 각기 다른 인사 두 명이 내게 해줬던 말이다.
그리고 존스에 대한 이런 평가들은 곧 현실이 되었다. 본인의 18번째 생일을 3주 가량 남겨둔 시점에 존스는 울브스와의 FA컵 경기에 출전하며 1군 데뷔전을 치뤘고, 21살이 된 지금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 1군 선수단의 어엿한 일원으로 성장했다.
승전을 거뒀던 지난 화요일 나폴리와의 경기는 존스의 리버풀 소속 80번째 출장경기였다. 1998년 데뷔한 스티븐 제라드 이후로, 존스보다 많은 1군경기 출장기록을 가지고 있는 리버풀 아카데미 출신 선수는 알렉산더-아놀드 (244경기+ing)와 15살 때 QPR에서 리버풀로 이적해왔던 라힘 스털링 (129경기), 해봐야 이 두 명이 전부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선 최근 존스가 팬들 사이에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선수가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고, 또 아직 젊은 홈그로운 출신의 선수에게 우리가 요구하는 기준치와 선수들이 그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이 선수들을 판단하는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나는 나폴리 전에서 존스의 활약이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빛나거나 특출났던 건 물론 아니었지만, 좋은 팀을 상대로 팀 전체가 보여준 좋은 경기력 속에서 존스도 제 몫 이상을 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많이 뛰어줬고, 득점이나 도움도 한 두 번 기록할 뻔 했으며,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보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만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던 존스였다.
사실 나는 존스가 올 시즌 선발출장했던 또 다른 경기인 노팅엄 포레스트 전에서의 활약 역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도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5월 이후 처음으로 소화한 풀타임 경기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괜찮은 경기력이었다. 100여번의 볼터치, 대략 80개의 패스를 기록했고, 팀 내에서 소유권 탈취 횟수와 뛴 거리도 가장 많았었다. 볼을 보다 빠르게 운반할 필요가 있었던 건 사실이나, 경기 결과와 팀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좋지 못했음에도 존스는 꽤 괜찮은 모습이었다.
존스에 대해서는 '단순히 괜찮은 수준의 경기력이 오늘날 리버풀에게 충분한걸까'라는 의문과 '특히 젊은 선수들은 출전시간이 부족하고, 그 나이에 세계 최고 수준의 팀에서 본인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해하고 인내해주는 대중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몇몇 젊은 선수들에게 부과되는 기준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높은 건 아닌가'하는 의문이 동시에 던져질 수 있다.
존스가 재능과 잠재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리버풀 정도되는 구단에서 이만큼 뛸 수 있었을리 없다. 작금의 리버풀에서 80경기, 그 중 49경기를 선발로 뛰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밝은 미래가 점쳐졌던 선수들, 재능이라고 평가받았던 선수들이 떨어져나갈 때도 존스는 버텨냈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물론 풀포텐을 찍기까진 아직 갈길이 멀고, 갈길이 멀다는 사실은 '아직 존스가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기량은 아니다'는 해석으로 귀결될 수 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존스맘인 나조차도, 존스가 본인 앞에 놓인 과제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알고있는 사실은, 존스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노력할 것이고 대중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라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내 말을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8살 때부터 리버풀 선수로 지내온 존스다. 리버풀에서의 성공은 그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가장 간절히 원하고 있다.
존스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무어라 할 말은 없다. 이를 극복해내는 건 선수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기억해주셔야 한다. 조던 헨더슨도 21살 때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굉장히 많았고,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 앤디 로버트슨, 바비 피르미누, 루이스 디아스, 디오구 조타, 버질 반다이크, 알리송 베케르 역시도 존스 나이 때에는 이렇다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었다. 1군 선수단으로 승격한 알렉산더-아놀드가 초반 몇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을 때도, 선수를 다시 U21팀으로 내려보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물론 AK는 달랐지만 말이다.
내가 무엇보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필요하다. 앞으로 1년간 리버풀이 미드필더 자원들을 영입해야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존스는 본인 역시도 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다. 부상과 그로 인해 겪은 어려움들, 일부 경기에서 보인 썩 좋지못한 경기력들로 지난 1년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반드시 존스는 반등할 것이다. 클롭 감독과 휘하 코치진들 역시 이 말에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온 존스는 경기 출전이 가능한 몸상태를 회복했고 잃어버린 시간들을 만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많은 선수들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왔던 존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기회를 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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