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희찬이 2일(한국시간 3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
우리 선수들이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까지 이뤄낸 가장 큰 동력은 두말할 것 없이 ‘원 팀’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선발 11명부터 벤치 선수까지 하나가 돼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90분 내내 희망을 품고 싸운 게 주효했다.
경기를 보면서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도 선수들이 ‘해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경기 운영이 매우 냉철했다.
1-1 동점을 만든 뒤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90분 내내 수비를 든든하게 하면서 기회가 오리라는 믿음으로 영리하게 경기한 게 맞아떨어졌다.
최전방 조규성부터 골키퍼 김승규까지 선수들의 간격이 촘촘했고 한 몸이 돼 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인상적으로 본 부분이다.
이런 경기는 선수들의 지혜로움과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코치진부터 경기 상황마다 확실한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감독이 (퇴장 징계로) 벤치에 없지만 사전에 경기 중 발생할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약속한 경기 운영을 잘했던 것 같다.
나 역시 12년 전 남아공 대회에서 마지막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다만 이번엔 그때보다 더욱더 조건이 좋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9%로 점쳤다는데,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 낮은 확률일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 마음의 짐,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이 얼마나 컸을지를 생각해보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게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수술한 뒤 지난 2경기에서 안면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뛴 손흥민은 ‘역시 흥민이구나’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지난 칼럼에서 손흥민은 어려운 여건에도 중요한 순간에 한 방씩 해줬다고 언급했는데 기대대로였다.
마지막 순간 모든 힘을 쏟아내 질주했을 때 상대 7~8명이 달라붙었다.
그 순간 결정지을 패스를 넣은 공간은 상대 선수 다리 사이였는데, 그것을 보고 정확하게 패스했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연결할 선수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 패스를 역시 100% 몸 상태가 아닌 황희찬이 완벽한 결정력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애초 허벅지가 좋지 않은 황희찬이 투입됐을 때 스프린트를 하다가 부상 부위가 더 안 좋아지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경기를 보면서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스스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물론 황희찬 뿐 아니라 다른 후배 선수 모두 마찬가지다.
좌우 풀백으로 뛴 김진수와 김문환, 부상 당한 김민재 대신 투입된 권경원, 중원에서 공수 연결 고리를 해준 이재성, 황인범. 그 뒤에서 헌신하며 태클하고 싸워준 정우영 등 대중에겐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해준 선수가 너무나 많다.
나와 울산에서 뛰는 김영권은 4년 전 독일전에 이어 포르투갈전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했다.
실제 이런 상황에서 골 냄새를 매우 잘 맡는 선수인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16강전에서 한두 개 더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의 16강 상대는 FIFA랭킹 1위 브라질이다.
나도 브라질과 A매치를 뛰어본 적이 있지만 일대일로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다.
그런 만큼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처럼 다 같이 싸워준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본다.
특히 지난 6월 우리가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크게 졌지만 그 경험이 도움될 것이다.
상대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로테이션을 했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을 안는 건 같다고 본다.
후배들이 너무나 대단한 선수와 경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킥오프 호루라기가 울리면 똑같은 선수다.
희망을 품고 싸워줬으면 한다.
울산 현대 주장·전 월드컵 국가대표
| <해당뉴스는 뽐뿌시스템이 해당게시판에 맞다고 판단하여 복사등록 하였습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서울(www.sportsseoul.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