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가장 심도 높은 고민이 이어졌다.
어쩌면 미디어데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붕어빵’이 그 주인공이었다.
K리그를 총괄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20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개막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겨우내 준비한 새 시즌을 앞둔 각오, 목표 등을 듣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미디어데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한 질문에 답을 할 때 “지난 시즌에도 들었던 것 같은데”라는 말을 먼저 했다.
그만큼 하는 이야기, 듣고자 하는 질문 등이 획일화 됐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 반응도 ‘뻔한 콘텐츠’, ‘거기서 거기인 행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도 추측 가능한 질문과 예상이 뻔한 답변들이 오갔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팬을 초청해 오랜만에 같이 현장을 수놓았다.
팬들로부터 미리 사전에 받은 질문 2개를 연맹이 선정, 팬이 직접 읽고 선수 및 감독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첫 질문에서 ‘우리 팀이 사랑받는 이유’가 나왔다.
프로팀의 존재 이유인 팬을 다시금 상기하는 시간이었다.
감독과 선수들은 ‘제주도 감성’, ‘강원도 아리랑’ 등 각자의 답변으로 팬의 소중함과 가치를 재차 깨달았다.
백미는 두 번째 질문이었다.
한 팬은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느냐, 꼬리부터 먹느냐’고 물었다.
최용수 강원FC의 감독처럼 “시즌 개막 며칠 앞두고 이런 걸 이렇게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위기는 그 어떤 질문, 지난 몇 번의 미디어데이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그 어떤 대답을 해도 논란이나 잡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만큼 감독, 선수들도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답을 적어냈다.
감독, 선수가 앉은 무대 위 분위기뿐 아니라 현장을 찾은 미디어, 각 관계자, 팬들이 위치한 자리에서도 쉬이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모습과 답변들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개막 미디어데이인 만큼 시즌 동안 준비한 것들을 다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평소 미디어를 통해 혹은 공식적인 장소에선 들을 수 없었던 ‘우리 감독’님의 취향, ‘우리 선수’의 기호를 듣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진=김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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