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를 만나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났던 리버풀의 그날 밤은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마침표이자, 한때는 내노라하는 우승컵들을 들어올렸던 위대한 팀이 이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표현되고 있다.

리버풀은 근 5시즌동안 3번이나 챔스 결승전에 올랐던 팀에서, 이제는 구단의 화려한 유럽대회 역사 속에서 홈 최다 실점 패배를 면치 못한 팀이 되었다. 어쩌다 그 강팀이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되었을까.

경기 이후 사람들의 떠들썩했던 반응은 예상가능했던 것처럼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판을 갈아엎어야한다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예전 건 다 버리고 새로운 걸로 시작하자느니, 지금 있는 건 다 뜯어내고 새 출발을 하자느니 하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쓰라린 좌절의 순간이 너무나도 많았던 올 시즌 리버풀이 기록한 11번째 패배 경기였던 지난 화요일 밤 경기는 이미 알고있었던 사실을 재확인받는 시간이었다. 이 팀은 모두가 늙고 기량이 쇠퇴해가고 있는 팀이 아닌 변화의 시기에 있는 팀이라는 것이 첫 번째 사실이고, 지금 이 과도기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 두 번째 사실이다. 

올 여름 선수단을 대폭 갈아엎는 일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게나 공격적이고 산발적인 선수 영입을 감행했었던 첼시의 지금 상황을 보면 될 일이다. 500m파운드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던 첼시는 현재 리그 10위에 머물러있다.

돈이라는 건 분명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현명하게 쓰여야한다. 너무 많은 것을, 또 너무 빠르게 바꾸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수단 개편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로, 리버풀은 선수단 세대교체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미 정도를 걷고 있는 팀이다.

지난 2년간 안필드에 새롭게 발을 들인 선수들의 연령대를 살펴보자. 23살의 코나테, 26살의 디아스, 23살의 누녜스, 19살의 램지, 20살의 카르발류, 17살의 도크, 23살의 각포다. 여기에, 19살의 엘리엇과 22살의 존스, 18살의 바이체티치 세 선수는 구단과 장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왕좌에 올랐던 2020년을 기점으로 리버풀 선수단에는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바이날둠, 랄라나, 로브렌, 샤키리, 오리기, 마네 등의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올 여름이 되면 케이타와 체임벌린, 밀너, 피르미누는 현행 계약이 만료된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선수단에서 공격진은 이미 개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리버풀은 디아스, 누녜스, 각포 세 선수의 영입에 140m파운드 (부대조항에 따라 최대 180m파운드로 상승가능)의 이적료를 투자했다. 하지만 올 시즌 선발 출장경기가 11경기에 불과하고 작년 10월 이후로는 무릎 부상으로 출장기록이 전무한 디아스의 부재는 리버풀에게 실로 큰 손실이었고, 4개월간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최근 복귀했던 조타의 상황 역시도 그러했다.

누녜스의 경우는 당연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으나, 우아했던 레알 전 선제골 득점장면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선수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였다. 각포 역시도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점점 본인의 역할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 사이의 호흡도 계속 늘고 있다.

올 시즌 살라는 본인의 전성기 시절 모습과는 거리가 꽤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대회 도합 19득점 9도움을 기록하고 있고 이런 선수를 낮잡아 평가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피르미누가 구단의 계약연장 제의를 거절한다면, 리버풀은 올 여름 공격수 한 명만 새로 노리면 된다. 현재 피르미누는 본인 앞에 놓인 선택지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몇 주내로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버풀은 젊은 스코틀랜드 출신 윙어 도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대해서도 굉장히 기대를 많이하고 있는데, 구단은 선수의 앞길을 막지 않으려 하고있다.

리빌딩"이라는 단어는 중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때, 그제서 사용되는 것이 적절한 단어다. 중원은 대규모 개편이 필요한 곳이며, 그동안 세대교체의 양상이 너무나도 더뎠던 곳이다. 

리버풀은 팀이 총 63경기를 치뤄냈던 지난 시즌 이후 헨더슨, 파비뉴, 티아고의 연료통에 연료가 어느정도 남았는지 그 수준을 간과했고, 추아메니를 놓친 뒤 중원보강을 하지 않았던 그때의 결정은 부메랑이 되어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는 화요일 경기 후반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당시 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자 클롭 감독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선수로 케이타나 체임벌린이 아닌 밀너, 그리고 엘리엇을 선택했다. 

물론 바이체티치는 어둠 속 등대마냥 홀로 빛나고 있다. 레알을 상대로 바이체티치가 원래보다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나, 선수가 활약하는 무대의 수준이 단기간 내에 급격히 올라갔다는 걸 생각해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바이체티치는 환상적인 프로의식과 성격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대단히 좋은 재능으로, 신체적 성장이 계속됨에 따라 앞으로 더 훌륭한 선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 리버풀의 1순위 타깃은 여전히 주드 벨링엄으로, 만약 영입이 성사된다면 선수는 팀 중원에 크디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벨링엄은 다가오는 10년, 팀을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선수다. 

리버풀은 벨링엄 외에도, 울브스 소속의 마테우스 누네스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동시에 교착상태에 머물러있는 메이슨 마운트와 첼시의 계약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리버풀은 중원에 뉴페이스가 최소 두 명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급의 선수들은 결코 이적료가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며, 구단주인 펜웨이 스포츠그룹 (FSG)가 신규 투자자를 계속 물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현금을 구단에 조달해줄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클롭 감독이 타 팀과 경쟁이 가능할만큼의 칼자루를 쥐게는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비 앞선에서 상대 공격을 억제하고 팀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것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팀이 수비상황에서 겪고있는 일부 문제들은 필드 더 높은 위치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 파생된 것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리버풀의 수비라인은 상대에게 너무 자주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이 부상으로 번번이 전력에서 이탈해오고있는 코나테를 그리워하는 상황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은 새로운 센터백 영입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화요일 밤 코나테의 몸상태가 괜찮았더라면, 이야기는 분명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아드리안의 계약만료가 다가오고 있고 알리송의 서브키퍼인 켈러허 또한 타 구단의 관심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리버풀은 백업키퍼의 영입도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 리버풀 선수단은 있는걸 다 뜯어내야하는 선수단이 아니다. 클롭 감독이 2015년 리버풀에 부임하고 난 뒤 받든 선수단과 비교해보면, 지금 선수단 사정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당시 리버풀은 근 6시즌동안 5번이나 챔스에 진출하지 못했었고, 골키퍼는 미뇰레에 포백 라인은 클라인, 사코, 슈크르텔, 모레노였다. 그런가하면, 윗선에서는 케빈 스튜어트, 조던 아이브, 벤테케 같은 선수들이 뛰고있었다.

클롭 감독은 그 팀을 천천히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팀으로 다시 만들어냈고, 국내/외 무대에서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제 클롭 감독은 본인이 만들었던 첫 번째 팀과 비슷한 고점을 찍을 수 있는 두 번째 팀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리버풀의 시대는 화요일 밤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리버풀은 한 시대와 다음 시대, 그 중간에 서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