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는 공부를 하느라고, 직장인이 된 지금에는 일을 하느라고 하루 중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는 최근들어서 허리나 목, 어깨 등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허리를 삐끗하는 일도 생기면서 재활의학과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병행하기도 했다.

그곳 원장님은 평균 신장보다 큰 키를 가진 내가 평균에 맞춰져있는 제품을 사용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불편함을 느낀다며,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모든 가구를 개인맞춤형으로 구매할 것을 추천하셨다. 개인용 책상(이를테면, 높낮이 조절 가능 책상), 맞춤형 의자, 높이 조절 가능 모니터 암 등을 말이다.

좀 지내다보니 몸이 괜찮아지기도 하고 또 경제적 여유도 없었던지라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에는 그냥 흘려들었던것 같다(맞춤형이란 것은 비용을 동반하기 때문).

그러던 중 코로나 이후에 재택근무도 활성화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할 환경이 전혀 조성되지 않은 우리집에서 업무를 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 무던한 나였기에 대충 간이의자 하나 갖다놓고 업무를 봤다. 카페에서 짧은 시간 앉는 용도의 간이의자였다. 2주정도 지났을까. 등받이가 너무 불편해서 허리가 아파오는 것이었다. 싸구려 의자를 써서 그런가? 가구점에서 산 식탁의자를 쓰면 좀 나을까? 하고 식탁의자를 쓰니 훨씬 괜찮아졌다!

-라고 생각했던건 내 착각이었다. 재택근무를 두달째 하니 이제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곧 회사로 복귀할거라는 신호만 있었어도 좀 더 버티다 복귀했을것 같은데, 코로나 델타변이로 인해 재택근무 기간이 늘어났다.

계속 이 환경에서 일을하면 몸이 병들것 같다는 생각에 여러곳에 물어보고 추천을 받았다.

가구점에서 근무하는 동생, 나랑 비슷하게 재택근무를 자주하는 매제, 깐깐하고 예민한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동기 등등.

다들 추천하는게 달랐는데, 아주 깐깐하고 예민한 내 친구의 추천이 나는 더 끌렸다. 사이즈오브체어라는 의자를 추천하였다. 체형에 맞게 맞춤형으로 의자를 보내준다고 하고, 본인은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직장에도 놓고 자기 집에도 놨다고 하는데 얼마나 좋으면 그랬겠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별로 검색하지도 않았다. 예민한 친구가 재구매한 의자라니. 바로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주문사이트에서 키(185), 몸무게(80)를 입력하고 주문을 했다. 시원하게 결제를 하니 갑자기 기대도 되고 앞으로 편하게 업무볼 생각에 뿌듯했다. 참고로 본인은 키는 조금 크되 체형은 표준인 체형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세면대 높이가 낮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문 손잡이가 좀 더 높았으면 좋겠다. 책상이 좀 더 높았으면 좋겠다. 설거지가 불편하지 않게 싱크대가 더 높았으면 좋겠다. 등등 눈에 불을 켜고 찾으라고 하면 불편한 투성인 사람이다.

며칠 걸릴 것이라고 문자가 온것같은데 우려와는 달리 배송은 금방왔다.

아래는 사이즈오브체어 택배박스다.

부피가 엄청커서 혼자 들기보다는 둘이 들면 좋을 것 같았다.

박스를 뜯고 조립을 했다. 거의 완제품식으로 배송이돼서 조립은 간단했다. 바닥에 발판을 놓고 지지대를 꽂고 그 위에 의자 본체를 끼우면 조립 끝.

원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식탁 의자는 치워버리고 바로 사이즈오브체어를 배치했다.

이제야 좀 홈오피스를 구현한 듯한 구색이 갖춰졌다. 책상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데 의자와 함께 찍은 책상 사진은 만족스러움까지 선사했다.

어떤느낌일까 조심스럽게 좌판에 올랐다. 내가 그동안 앉아있던 식탁 의자는 바른자세에 대해서는 1도 고민하지 않은 결과물인건가? 정말로 몸이 녹는 느낌이었다.

난 그동안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던 것일까.

진작 바꿀걸 이렇게 재택근무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제대로된 의자를 사다니. 30일인가? 60일인가 사용하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환불해준다는 내용은 바로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너무좋았다.

의자 높이를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조절을 하고, 좌판을 앞으로 쭉 빼서 바로 앉았을 때 무릎뒤가 좌판 에 딱 맞도록 조절했다. 헤드레스트도 조절하고 팔걸이는 책상 높이와 유사하게 했다.

정말 바른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됐다. 등부분 소재도 짱짱해서 잘 늘어나지 않을것같다. 왜 이제야 바꿨을까 아쉽기만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좋은자세 잘 유지해야겠다. 친구에게 고맙다고. 좋은 의자 추천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앞으로 무슨 물건을 살때는 꼭 이 친구에게 물어보고 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집에서 근무를 하다가 최근에 집에 인터넷이 끊겨버리는 바람에 회사로 잠깐 출근한 적이 있다.

나는, 3년 넘게 앉은, 그 회사 의자가 편하고 좋은 의자라고 생각했었다. 사이즈오브체어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회사 형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자가 너무 썩었다며 사비를 들여 의자를 바꿀 때도 예민한 형이네.. 라고 생각하던 나였다. 한 달 정도 집에서 사이즈오브체어로 업무를 보다가 회사로 다시 출근하여 일을 해보니, 의자에 앉자마자 썩은 의자라고 생각이 들었다.

바른 자세를 장시간 유지할 수 없는 의자가 바로 회사 의자였다. 똑바로 앉아도 바로 자세가 삐뚠 자세로 바뀌어 버린다. (거의 눕다시피 뒤로 기대는 자세가 된다.)

나도 예민한 사람이 된 것일까? 3년 넘게 편하다고 생각한 의자를 갑자기 불편하다고 생각하다니. 쓴 웃음이 났다. 회사 의자도 바꾸고 싶다. 돈 더 벌어서 회사 의자도 사이즈오브체어로 바꿔야지.

다시 집으로 복귀하여 바른 자세로 업무를 보니 이제 어깨, 목, 허리가 불편하지 않다. 진작에 맞춤형 의자를 추천해주신 재활의학과 원장님, 예민한(?) 친구, 예민한(?) 회사 형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아참. 의자와 함께 배송된 스티커가 하나 있다. stand up cheer up이라고 적힌 빨간 스티커인데, 아무리 의자가 좋아도 한시간에 1-2회 일어나 하는 스트레칭이 좋으므로 오래 앉아 있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다. 업무에 몰입하다보면 3-4시간 동안 앉아있기 마련인데 이 스티커를 붙여 자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재활의학과 원장님도 하신 말씀이다. 잊지말자 stan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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