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이자 글로벌 기업들의 창업 신화가 꿈틀대는 실리콘밸리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트워터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모여있는 그곳에서 한국인 개발자들도 창업 전선이나 글로벌 기업의 일원으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인재로 인정받았을까. 흔히 말하듯 우리보다 영어를 잘하거나 공부를 잘해서 그런 것일까.
지난달 25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인 서울’ 토크콘서트에서 일말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에 일하고 있는 한국인 개발자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과 직접 만나 자신들의 실리콘밸리 입성 스토리를 풀어냈다.
토크콘서트 첫 발표자로 나선 윤종영 K그룹 의장은 “실리콘밸리는 다양한 국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경쟁하는 곳”이라며 “남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되 문제 발견과 해결, 실패를 용납하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혁신은 이러한 자율적인 사고와 다양성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 “실리콘밸리에는 대학 연구기관이 즐비해 미국 내 우수 인재는 물론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기가 수월하다”는 윤 의장은 “다양성이 인정되니 같은 문제를 접하는 사고 또한 다양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이것이 혁신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 각자 역할 존중하는 실리콘밸리=그러면서 윷이나 모를 해야 대접받는 한국 사회와 달리 도나 개를 해도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기에 혁신의 밑거름이 되는 정보 개발과 기술 공유 환경이 자연스레 조성된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제품, 기술을 스스럼없이 공유하는 게 일상이라는 얘기였다. 물론 지적 재산권이 철저히 보호된다.
윤 의장은 이어 “한국은 물론 지구촌 많은 나라가 ‘우리도 실리콘밸리처럼’을 외치며 화려한 빙산의 일부만 보고 좇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기를 갖춘 수많은 기업이 빙산 아래를 받치고 있기에 오늘날 실리콘밸리로 성장할 수 있었다.”라며 “실리콘밸리는 개방과 공유, 끈기와 용납,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 등이 실제로 이뤄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마지막으로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에게 “실리콘밸리는 ’맞고 틀리다’가 아닌 여러 문화를 인정하는 분위기인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눈을 조금만 돌리면 새로운 기회가 있으니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단상에 선 홍민성 씨. 취미로 시작한 프로그래밍이 페이스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게 된 계기다. 몇 년 전만 해도 방청객에 앉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은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했는데 현재 자신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두려울 것이 없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 “도전하지 않는다면 실패도 없다”=어려서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타자 빨리치기’ 대회에서 프린터를 경품으로 받으면서 프로그래밍 공부에 푹 빠졌다. “방과 후 웹에디터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각종 컴퓨터 자격증 따면서 성취감을 가졌다”는 홍민성 씨는 “대학 전산학과 진학 후 구글, 페이스북 주최 각종 해커 대회에 참여하면서 개발자 길을 걷겠다”라는 결심을 했단다. 구글 코리아 인턴십을 마치고 정직원 채용에 낙방하며 잠시 진로 고민을 했지만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혀보자는 결심이 서면서 자연스레 유학길에 오른다.
그가 페이스북과 연을 맺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레이스 호퍼 콘퍼런스에 참석하면서다. 유학 비용 전액을 제공한다고 해서 지원한 콘퍼런스에 2번 낙방 후 3번째 도전 끝에 합격한 그는 페이스북 면접 요청에 몇 번이나 망설였다. 이유는 여느 개발자들과 다르지 않다. 영어 때문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영어 코딩 면접에 응했다”는 그는 “프로그래밍 언어 중심의 면접관과의 대화가 페이스북에 합격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며 기회가 왔을 때 두려워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현재 홍민성 씨는 페이스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검색팀에서 자동화 시스템 테스트와 제품화를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14억 사용자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를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성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지금 당장 도전을 하라고 조언했다. 실력은 있지만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뽀개기’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한 박상현 씨는 한국에서 컴퓨터 학과를 졸업하고 한국IBM 자회사와 삼성SDS를 거쳐 현재 링크드인 빅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학벌이 좋은 것도 그렇다고 영어를 잘해 글로벌 IT기업의 일원이 된 것은 아니다. 홍민성 씨 못지않은 컴퓨터 광이었다는 그는 ‘40대 명퇴’의 굴레 그리고 코더에 불과한 한국 개발자 삶에 회의를 느껴 9년 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 코더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로=“40대가 되면 자의반 타의 반 명예퇴직 후 치킨집을 오픈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팅 엔지니어를 평생 업으로 삼기 힘든 현실이 두려웠다”는 박상현 씨의 유학 초기는 언어적 어려움과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 등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했기에 학업과 회사 일 병행이 힘들었다고 한다.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며 늘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링크드 인 프로필을 보고 링크드 인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에도 잘 알려진 IT기업과 인터뷰 진행 중이었고, 입사 제의를 받은 상황이었지만 실험 정신에 기반을 둔 개발 환경을 도모하고 존중하는 사내 분위기, 실험적인 새로운 시도를 권장함으로써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에 이끌려 인터뷰에 응했다. 링크드인이 인터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동안의 경험이 인정되어 링크드인 일원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링크드인을 비롯해 웨스턴디지털 등 실리콘밸리에 속한 IT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실리콘밸리는 "경험해봐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박상현 씨.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성공하기 위해선 "단순 코더가 아닌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검토하기 때문이란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뷰가 중요한 이유는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통해 취업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온라인으로 코딩을 하고 30분에서 1시간 동안 문제를 풀고 이 과정을 통과하면 45명씩 팀을 짜 2차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 모든 인터뷰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 정도 소요되기에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상현 씨는 “반드시 실리콘밸리에 진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진정한 개발자 혹은 직장인의 삶을 동경하고, 더 다양한 경험을 원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다양성에 기반을 둔 철저한 실력 중심의 문화는 커다란 진입 장벽이지만 그것이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또 작지만 강한 수많은 기업들이 있기에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라고 재차 강조했다.<저작권자(c) 테크홀릭(<a href=https://s.ppomppu.co.kr?idno=review2_40601&target=aHR0cDovL3d3dy50ZWNoaG9saWMuY28ua3Iv&encode=on target=_blank>http://www.techholic.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 기사는 제휴를 통해 뽐뿌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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