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가트너, 2013년도 반도체 매출 성장율 발표

가트너(Gartner, Inc.)는 12월 10일 2013년도 전세계 반도체 시장 잠정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2,999억 달러에서 5.2% 늘어난 총 3,154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위 25개 반도체 업체들의 총 매출은 6.2% 상승해, 매출 성장이 평균 2.9%에 그친 하위 업체들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상위 25개 반도체 업체들이 대부분 올해 대폭 성장한 메모리 업체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트너 리서치 부사장인 앤드류 노우드(Andrew Norwood)는 "2013년도 반도체 시장의 경우, 연초 재고 과잉으로 미비한 실적으로 출발해서, 2분기, 3분기에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한 후, 4분기에 다시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DRAM을 중심으로 메모리 부문에서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수요가 많아서라기 보다는 공급 성장이 더디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면서, "PC 생산이 9% 하락하고, 중저가 모델이 크게 성장하며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징후를 보이는 등 전체 반도체 시장은 수요면에서 여러 가지 역풍을 맞고 있다.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시장의 매출 성장이 0.4%에 그친 것을 보면 이런 수요 역풍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인텔(Intel)은 데이터센터와 임베디드 시스템 그룹의 실적이 우수했으나, 하락하는 PC 시장과 더불어 태블릿과 스마트폰용 솔루션에 대한 수요 미비와 잇따른 가격 하락에 따라 매출이 2.2% 하락했다(표1 참조).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1년의 16.5% 보다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2013년 반도체 시장에서 15.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22년 연속으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했다.

▲ 표 1. 2013년 전세계 매출별 상위 10개 반도체 공급업체(단위: 100만 달러)

전체적으로 메모리 업체들은 나머지 반도체 업체들보다는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노우드(Norwood) 부사장은 "메모리 시장 내에서도 DRAM 은 지난 2년 간의 매출 하락에서 벗어나 강력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DRAM 시장은 신규 생산설비 부족으로 인해 DRAM의 공급부족이 시작된 2012년 말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으며, 그 결과 범용 DRAM 가격이 지난 한 해 동안 2배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SK Hynix)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메모리 시장 반등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었으며 그 결과 두 기업 모두 처음으로 상위5대 업체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은 43.2 % 성장하며 상위 25개 업체 중 유기적 성장 기준으로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였다. SK하이닉스의 매출 반등의 이유는 공급부족과 가격 급상승으로 호황을 맞은 범용 DRAM 시장에서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중국 우시(Wuxi) 지역 SK하이닉스 DRAM 공장의 대형 화재가 없었다면 매출은 더 높았을 것이다. 우시 DRAM 공장은 SK하이닉스 DRAM 생산의 50%를 치지하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올 해 중순 엘피다 메모리(Elpida Memory)를 인수하면서 상위 25개 업체 중 가장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범용 DRAM 가격 상승과 엘피다(Elpida)의 주력분야인 저전력 DRAM의 성장으로 수혜를 입었다. NAND 플래시 판매의 경우 컴퓨팅 부문에서 자사의 NAND제품을 공격적으로 공급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올 한해 컴퓨팅 부문이 전체 수요의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매출뿐만 아니라 올 한 해 총 엘피다의 매출이 마이크론 수치에 포함됐더라면, 마이크론은 라이벌인 SK하이닉스를 순위에서 앞섰을 것이다.

* 업체별 반도체 업계 실적

시장 점유율을 통해 업체별 실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시장 전체 상황을 보기는 어렵다. 업체별 실적의 요인은 각 업체가 속한 소자 분야의 시장 성장의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트너의 RIP(Relative Industry Performance) 지수는 특정 산업에서의 기업의 성장과 실제 성장 간의 격차를 측정하는 것으로 어떻게 기업이 비즈니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지 보여준다.

가트너의 RIP 지수에서 선전한 기업은 미디어텍(MediaTek)과 퀄컴(Qualcomm)으로, 두 모바일 단말기 공급업체는 각기 속한 시장 성장률 보다 앞서 각각 35%와 28% 성장을 기록했다. 미디어텍은 중국과 기타 신흥 시장의 중저가 단말기 부문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이와 같은 실적을 달성했다. 중저가 단말기 시장은 아직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편, 퀄컴은 주 기기제조업체 시장과 고가 단말기 부문의 수요를 주도하면서 경쟁사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왔다.

반면, 로옴(Rohm),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 그리고 소니(Sony) 등의 네 업체는 10% 대에 머물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3개의 일본 업체들은 일본 엔화의 가치가 급격히 평가절하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는 제품 수출 시 경쟁력을 높여주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간주되지만,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주요 고객이 일본내 업체들이고 대부분 일본 엔화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엔화 기준의 매출이 달러로 전환되면 매출이 하락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12년 연속 시장 2위 자리를 고수했지만, 전체 성장은 시장 평균에 못 미쳤으며, 삼성의 RIP 지수 역시 낮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가트너는 삼성의 애플(Apple)의 최신 칩 제조에서 나온 매출은 배제했다. 이는 파운드리(foundry) 매출로 판매자 매출(merchant sales)과는 별도로 집계된다. 둘째, 삼성은 범용 DRAM 노출이 낮아DRAM 매출 성장이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범용 DRMA은 가격이 크게 반등한 한편 삼성이 강세를 보이는 저전력 DRAM에서는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셋째, 삼성은 자사 단말기 비즈니스에서 경쟁사인 퀄컴 제품을 선택하면서 삼성 반도체 사업에서 생산하는 엑시노스(Exynos) 프로세서와 베이스밴드(baseband) 프로세서의 의존도를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