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위형제가 한명 있는데, 대학교에서 공부가 재밌다고 해서 타지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알바하면서 취준중이고

아버지께서는 자영업을, 어머니는 병원에서 외래업무를 보십니다.

저는 재수를 하면서 가정에 손을 많이 빌린 상태라 대학 이후에는 가능한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용돈과 등록금은 자비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1년을 보내고 복무를 마치고 나온 19년 가을에 가정의 상황은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좋지 않은 사유로 회사를 관두고 자영업을 하시는데 생각보다 바쁘셔서 도와드리면서 등록금과 용돈을 마련하고 나름대로 여유롭게 지낸 것 같습니다.

당시 아버지의 말씀이나 행동가짐에서는 자신감이 넘치고 주변에도 가능한 사업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하실 정도셨습니다.

물론 신생기업이다보니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 비해서는 충분히 업무환경도 좋고,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하시는만큼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 좋다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등록금을 벌 수 있었고, 손위형제도 타지에서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진 이후 아버지가 집에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셨습니다. 

물론 자영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어려우셨으리라 생각하고, 저희 집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집에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니 아버지께서는 초반에는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으니 홈트레이닝도 하시고, 사람들이 찾지 않던 산행이나 낚시를 다니면서 바쁠 적에 못했던 여가활동을 즐기려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서 2년이 다가오고 있으니 드러나지 않던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실 적에 들어가던 고정비를 2년의 시간동안 처분하면서 지금은 사무실 관리비와 출퇴근비를 제외하면 사업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없는 것 같고, 대부분 집안 관리비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수입이 줄어들어 생활비를 못 주는 것에 대해 매우 상심이 크다며 다툼이 잦아지고 그 정도도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나름대로 어머니의 부담을 줄어주고자 보험이나 기타 생활비 대부분을 당신 앞으로 돌리셨고, 사업자금을 쪼개서 집안 생활비에 보태던 것도 거의 바닥이 난 것 같아보이십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질 수도 없는 것이고,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충당하는 것도 어려워 생전 하지 않으시던 집안일도 하시고 집에 있다보면 어머니와 다툴 것을 우려해 집보다 야외활동을 하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 같습니다(요즘엔 사이클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더군요)

그러다 최근 부모님께서 크게 다투셨는데 어머니께서는 "생활비도 못 줄 것이면서 뭐가 그렇게 잘났으며 말이 많은가?"라고 하셨고

아버지께서는 "일이 없는 것을 어떻하느냐, 빚을 내서 생활비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번에 새로 계약이 들어와 견적을 내고 있으니 잔소리를 그만하라."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그것에 어머니께서 기분이 상하셨는지 언성이 높아지셨고 아버지께서는 따로 살자는 말씀이 나오셨습니다.

저는 씻으면서 대략적으로 들은 내용인지라 정확한 내용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쌓인 감정의 골이 너무나도 깊어보였습니다.

실제로 아버지께서는 사업이 조금만 잘 돌아가면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면서 집에 안 들어가고 싶다고 수차례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 저의 가정상황은 제가 아는 선에서 말씀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3층짜리 빌라에 자가가 있는데, 융자가 1억 좀 안되게 있다고 들었고 월세 60만원으로 융자를 조금씩 갚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수입은 잘 모르겠고, 어머니께서는 월 200 조금 넘게 버시는 것 같은데 어머니 생활비와 개인적으로 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량은 아버지께서는 사업용 트럭이 있고,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이전 회사의 부장으로 있을 때 졸라서 샀던 대형세단을 지금까지 몰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더이상 대형세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는데, 어머니께서 그것만은 절대 안된다고 극구 반대하셔서 아버지께서는 자동차와 관련된건 일체 어머니께서 부담하는 것으로 하고 한번씩 아버지께서 몰게 되면 유류비정도 부담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사업장이 1시간 정도에 있고 장거리 운송할 일이 많아 기존 차량 대신 새로 차량을 마련하셨고, 어머니께서는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직장에 출퇴근하시거나 가끔 가족이나 친구분들과 여행갈 때 쓰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입장은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하다보면 잘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건데 잘될 때는 생활비를 많이 줬으니 안될 때는 이해해줘야 하지 않냐고 하시고

어머니께서는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지금도 이미 생활비가 많이 줄어서 너무 힘든데 자기만 힘든걸 어필하냐고 하십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생활비나 등록금은 자비로 마련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필요해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구입하면서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신비가 한달에 30만원 가량 나온다고 하길래 아버지 사업용 전화기 제외하고 전부 알뜰요금제로, 인터넷티비는 스카이라이프로 교체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정수기 렌탈을 취소하고 브리타로 바꿔 사용하고 있고, 음료나 주류 대신 탄산수 등으로 대체하면서 뽐뿌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뽐뻐님들 감사합니다^^

부모님께서는 2년전에 비해 많이 수척해지시고 서로 한숨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까지는 아버지께서도 어머니께서도 금슬이 좋으셨는데,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 것 같습니다.

가장 안타까운건 제가 여기서 할 수 있는게 단 하나도 없다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저도 곧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보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많이 보기도 하고 느끼고 있는데, 가정에서까지 이런 무기력한 제 자신을 보고 있으니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동기들이랑 같이 자취생활을 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에 더 공감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도 직장에서 적지 않은 나이에 환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함께 일하면서 아버지께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지도 알게 되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간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모님과 저 셋이 살고 있어 제가 중재를 해야하는 입장인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시험기간이라 마음이 심란한데 요즘 집안 분위기도 너무 안 좋아서 넋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커뮤니티는 하지 않지만 종종 들러 뽐뿌하면 집에도 도움이 되고 제 나름대로도 뿌듯하더라고요 ㅎㅎ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