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고민포럼 입니다.

북마크 아이콘

학업, 진로, 가족, 건강 등의 고민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연애 관련 내용은 [연애포럼]을 이용해 주세요.
나의 연애 이야기 4
이름: [* 익명 *]


등록일: 2021-07-30 13:40
조회수: 593 / 추천수: 0






첫 사랑이라는게 어떤 느낌인지 몰랐다. (이루어지지 않은 짝 사랑이다.)

중학생이었던 그 시절의 나는

아직은 뭔지 모르는 감정이 피어나는게 불편하고 쑥스러워서 외면했다.

 

이제 막 중1이 되었던 소년은 감정을 숨기는 법 부터 배웠다.

 

그 당시 친하게 지내던 여학생이 있었지만

소년이 이게 좋아하는 감정인지 어떤건지 알지 못한채 중3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고백을 한다는 자체가 쑥스럽고 어려웠다.

 

햇빛이 강하게 비추던 여름날

계단을 올라가다가 우연히 내려오고 있던 여학생과 마주쳤다.

 

2차 성징이 빨라서 일까 조금 먼저 성숙해진 모습을 한 여학생은

뒤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강렬해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직도 생각이 난다.

 

순간 심장이 덜컹하는 기분이 들어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오랜만이네 안녕" 이라는 말을 남기고 여학생은 가던 길을 갔다.

 

그때는 몰랐다.

그 아이가 내 첫 사랑(짝 사랑)이었다는 것을

 

성인이 되고나서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다시한번 심장이 덜컹거리고 나서야

아 내가 쟤를 좋아했구나 짝사랑이었고 첫사랑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때는 그러지 않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은 여자들과 대화한 기억이 없다.

워낙 소심하기도 했고 조용했기 때문에 얘기를 나눠 볼 생각조차 안했다.

 

좋아한다는 감정 자체를 잘 몰랐던거 같다.

 

그 감정을 꺼내서 써보고 닦아보고 다쳐보고 해야 알 수 있을텐데 가만히 냅두었다.

좋아한다는게 뭘까?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보내고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23세가 되었다.

23세까지 모솔이었다.

 

복학을 하니 1학년 새내기들과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엔 몰랐다.

거기서 만난 새내기와 9년을 만난다는 사실을

 

귀여운 새내기였다.

내가 가는 곳은 졸졸 따라다니며, 담배피러 나갈때도 따라나와서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곤 했다.

담배연기 안 좋으니까 들어가라고 말을 해도 PC방 알바를 오래해서 괜찮다고 했다.

 

수업을 듣거나 단체로 밥이나 술을 먹거나 따로 둘이 먹거나 하다보니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둘이 만나는 횟수가 점점 쌓이고 여전히 좋아한다는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인생 첫 고백이었다.

심장이 심각하게 빠르게 뛰는걸 느끼고 온몸에 서늘한 감각이 들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새내기는 나중에 대답해준다고 하며 갈 길을 갔다.

그날 밤 좋다는 대답을 듣고 사귀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냈다.

새내기도 나도 인생 첫 연애인데 서로 이렇게 오래 만날줄은 몰랐을거다.

 

아직 자아가 만들어지고 있는 스무살과 스물세살,

함께 보낸 시간만큼 많이 맞춰나가기도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사실 싸운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학교생활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이별을 하게 되었다.

 

헤어진 후 그 시간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던거 같다.

 

처음 봤을 때 스무살이었던 첫 여친은 서른살을 향해가고 있었지만,

내 눈엔 스무살 그때 그 모습으로 남았다.

 

첫 연애로 많을 것을 배웠다.

취향없이 흐물거리던 나는 취향이나 가치관이 생겼고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법도 배웠다.

눈치가 정말 없는 편인데 새내기한테 눈치있게 행동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부모,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사랑받는 감정을 알게되었다.

 

기나긴 만남 이후에 찾아온 이별을 견디기 힘들어 퇴사까지 했다.

사실 퇴사는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기가 겹쳤다.

 

이별 후 퇴사를 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이직을 하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 할때즈음 문득 문득 첫 여친 생각이 밀려 들어와서

 

동호회를 나가보기로 했다.

이때는 약간 사람 감정에 대해 많은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첫눈에 반한다는 감정은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배웠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경험해 본적도 없고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숱하게 봤지만,

사람이 첫눈에 반한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1년 반정도 만났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들은 좀 흐릿해도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줬던 웃음은 또렷할만큼 기억이 난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게 첫눈에 반한다는 감정이 맞는거 같다.

 

30넘게 살면서 첫 눈에 반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떻게든 잡고 싶었고 짧은 기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나누고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오히려 서로 너무 다 보여준 탓일까?

비슷한 사람인 것 같았지만 정말 사람 바닥 저 아래에 있는

근본적인 성향이 맞지 않아서 상대는 힘들어 했다.

 

나는 고통을 받아도 상관 없을만큼 정말 좋아했지만 상대는 아니었던거 같다.

힘들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정리하게 되었다.

 

이 연애에서는 조금 더 말을 이쁘게 하는법, 싸우고 화해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첫 사랑(짝사랑) / 첫 연애 / 첫 눈에 반한다는 감정을 이제서야 짚어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설명 할 수 있을정도로 아직도 선명한 기억들이다.

 

사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작성하면서 마주한적은 처음인거 같다.

이렇게 마주하고 나니 지나간 인연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내려놓을 수 있을거 같다.

이별을 겪다보니 이별이 무서워서 시작하기 어렵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그 이후에 사내 동기모임에서 친해진 여자동기가 있었다.

취향이나 성향도 비슷하고 가치관도 비슷해서 인간적인 호감과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마지막 연애 후 오랜만에 기분이 오묘했다.

 

아직은 이성적인 호감인지 호기심인지 그 경계를 왔다갔다 할 때 나름 표현을 했다.

다른 동기와 함께 약속을 잡아 만나기도 하고 둘이 만날 약속을 잡으려고도 하고(이건 실패했다.)

은근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는 모르겠다.

초반에는 반응도 좋고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빈도가 줄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걸까 아님 내가 뭔가 실수를 한걸까

점점 빈도가 줄어드는 대화에서 이성과 대화하는 방법을 까먹은거 같았다.

 

마음을 표현하기에 시간을 좀 끌었던걸까, 아니면 좀 친해지고 나니 그냥 동기로서만 좋은걸까

아니면 친절한 사람이다보니 내가 보내는 관심의 표현이 부담스러워서 완곡하게 거절했던걸까

 

뭔가됐든 다른 동기와 둘이 만나서 찍은 사진을 올린걸 보고 심장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창피함도 밀려왔다.

 

타이밍도 확실히 중요한거 같다.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거 같다.

먼저 연락이 오지 않는 상대에게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기란 은근 비참하고 고통의 과정이었다.

그냥 좋은 동기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하루 하루 먹어가는데 드라마틱한 만남은 없는거 같다.

평범한 두 사람이 만나는거 자체가 굉장한 일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근래는 일하고 밥먹고 운동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나름 건실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외롭다.

 

외로운 감정이 밀려온다.

우울한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울하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걸 알기에 뭐라도 해보고 싶지만

의욕이 없다.

 

매일 반복되는 패턴과 무료함을 느낄때면

새로운 자극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혼자 조용히 삭혀야 할지 모르겠다.

 

새삼 누군가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이 엄청 소중한 거란걸 깨닫는다.

 

아무래도 외로운게 맞는거 같다.

지나간 인연들에 대한 후회와 좋은 기억들이 밀려들어 오는걸 보니

 

 

 

 

 

 

 

 

 

 

 

 

 

 

 

 

 

 

 

 

 

 

 

 

추천 0

다른 의견 0

다른의견 0 추천 0 바이크마루
2021-07-30

다른의견 0 추천 0 [* 익명 *]
2021-07-30

다른의견 0 추천 0 에시스
2021-07-30

다른의견 0 추천 0 [* 익명 *]
2021-07-31
  • 욕설, 상처를 줄 수 있는 댓글은 삼가주세요.
이모티콘 사진  익명요구    다른의견   
△ 이전글▽ 다음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