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여친 중 누가 정신병자인지 말해주세요.227

그러나 더 유지하면 제가 정신병자 될 거 같아서 헤어지기 전에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직관적인 예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여친과 즐겁게 웃으며 손잡고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근데 저희 앞으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폰을 보며 지나갔습니다.

엄청 빠른 속도는 아니라서 충분히 멈춰서 피했지만 제가 짜증과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쪽 바라보며 아 뭐지? 진짜 어이가 없네. 이렇게 한마디하고 잠시 표정이 안 좋았죠.

그러고 같이 동거하는 집에 왔는데 여친 표정이 안 좋았습니다.

저는 눈치를 봤죠. 내가 뭐 실수를 했나?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나 ㅡ 왜 갑자기 표정이 어둡고 아무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

여친 ㅡ 암것도 아니야.

나 ㅡ 말해봐 뭔데?

여친 ㅡ 아까 왜 그랬어?

나 ㅡ 아까 언제?

여친 ㅡ 횡단보도에서 왜 그렇게 해?

나 ㅡ 정확히 뭘 어떻게 했는지 말을 해줘야 내가 알지.

여친 ㅡ 배달하는 사람 보고 뭐라 하고 짜증내고 표정 일그러졌잖아.

나 ㅡ 아.. 폰보면서 횡단보도 지나가는 그 사람한테? 어. 그게 왜?

여친 ㅡ 꼭 그렇게 해야 돼?

나 ㅡ 방금 어떤 상황인지는 자세히 기억하고 질문하는거야?

여친 ㅡ 아니까 대답이나 해

나 ㅡ 횡당보도 파란 신호였고 오토바이를 타고 휴대폰을 보며 우리 앞을 갑작스러 지나간 사람보고 아 뭐지? 어이가 없네 하면서 표정 일그러진 나의 모습을 보고 너가 지금 화난거잖아?

여친 ㅡ 어 그래

나 ㅡ 우리가 횡단보도에서 위협을 받은 상황이니까 그 순간 짜증나고 화나고 맘같아선 멈춰 세워서 따지고 싶었는데 니가 옆에 있어서 그정도로 끝난거야. 나 혼자 걸은게 아니고 너도 내 옆에 있던 상황이니까 더 화가 난거지.

근데 내 기준으로 조용히 넘어간 수준인데 내 한마디의 말과 표정이 그렇게 맘에 안 들었어?

여친 ㅡ 배달하는 사람이 바쁘면 그럴 수 있지. 그거보고 굳이 짜증내고 화내야 돼?

나 ㅡ 교통법규 위반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을 내가 이해해주라는 소리야?

여친 ㅡ 그 사람 입장도 있잖아!

나 ㅡ 만일 우리가 그 사람 때문에 다쳤어도 똑같은 말 했겠냐?

여친 ㅡ 안 다쳤잖아.

나 ㅡ 하.. 만약이라는 상황을 가정한거잖아

여친 ㅡ (30초간 말을 안 함)

나 ㅡ 뭐하는데?

여친 ㅡ 그니까 왜 짜증을 내고 표정이 썩냐고

나 ㅡ 내 질문에 대답을 좀 해주지?

여친 ㅡ 무슨 질문?

나 ㅡ 하.. (6년째 똑같은 패턴에 답답해 미쳐가는 중)

         (이 꽉 깨물며..) .. 으리가 ..그 스름뜸에.. 다쳐도..똑..같이 말했..겠냐구...

여친 ㅡ 이는 왜 꽉 무는데?

나 ㅡ 질문에 대답 먼저 해줘 제발

여친 ㅡ 강요하지마

나 ㅡ 그럼 그렇다, 아니다, 모르겠다 이 3가지 중에라도 대답해줘.

         모르겠다고 하면 그냥 깨끗하게 상황 종료하고 넘어가게.

여친 ㅡ 어떤거에?

나 ㅡ하.. 지금까지 우리가 말한거지 뭐야? 왜 집중을 안 해 대체 ㅜㅜㅜㅜ

여친 ㅡ거봐 나는 너의 이런게 싫어

나 ㅡ 아아아악 시발!!! 아!!!! (이러고 집밖으로 나감)

이러고 밖으로 나가는게 수없이 반복됐습니다.

여친은 저보고 말다툼만하면 나간다고 이상하다고 이해못하겠다고 차분히 이야기 할줄을 모른다고 하고

저는 얘가 대답을 바로 안 하고, 방금 전에 한 얘기를 기억 못하고 자기가 언제 그런 얘기 했냐며 따지고 이런걸 6년간이나 겪으면서도 단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 어쩌면 제가 이미 정신병자가 된 것인지 제 스스로 의심을 하게 되는 상황이 찾아온거 같고 여친도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은 그전부터 했었습니다.

둘다 정신병입니까?

제가 정신병입니까?

여친이 정신병입니까?

6년간 삶이 피폐해지며 살아갈 맛이 안 납니다.

댓글들 보고 여친한테 다 보여주고 헤어질겁니다.

욕을 하시든 뭘 하시든 간에 솔직하게 댓글 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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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본인입니다.

여친이랑 댓글 다 보면서 헤어지기로 끝맺었습니다.

글에 모든 걸 다 나타낼 수 없어서 축약이 됐지만 어쨌든 간에 나는 떳떳하고 정상이다 라는 주장하려고 쓴 글은 아니에요.

6년 사귄 이유가 다 이유가 있겠죠.

저 또한 헤어짐을 판단하는데 문제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끌고 왔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우선 위에 예를 든 상황에 대해 첨언하자면..

배달원이 휴대폰 보면서 횡단보도 위로 지나갈 때

저는 딱 한마디 했습니다. 텍스트 그대로 

"아 뭐지? 진짜 어이가 없네" 동시에 표정도 어두웠겠죠.

욕은 일절 없었고 딱 저러고 끝입니다.

6년 만났는데 여기서 욕하고 그랬으면 여친 특성상 길거리에서 난리났을 겁니다.

평소 여친이 욕하는 사람, 화내는 사람에 대해 예민한걸 잘 알아서 욕 안 합니다.

평소에도 욕 안 합니다. 

6년간 싸우지 않는 상황에선 모든 걸 다 여친한테 맞춰주고 살았습니다. 

여친도 그걸 인정하니까 6년간 헤어질 생각을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자기 성격 스스로 다 아는데 부모도 못 받아주고 친구도 못 받아주고 오로지 남친인 저만 받아주니깐요.

그러나 위의 예처럼 누가봐도 불법을 저지른 상황인 사람이 따로 있는데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 감정을 내세워 말하는게 화가 났던겁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상황부터 설명하고 그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가 먼저 됐으면 하는거고 여친은 그냥 그 순간의 본인 감정이 우선이었던 겁니다.

오지게 싸워왔던 것도 다 위의 상황과 비슷한 일들 입니다.

제가 싸우면 마지막에 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근데 저희 동거하면서 한번 싸우면 4~5시간을 말로 싸웁니다.

제가 욕하면 여친 눈돌아갈거 뻔히 알아서 6년간 대화도중 욕 안 했습니다.

그러나 4시간 넘게 말싸움하면서 입은 건조해지고 방금 제가 한 말을 여친이 기억 못하고 또한 여친이 방금 했던 말을 여친이 기억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항상 나타났기 때문에 대화는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위 글에 쓴 "아아아악 시발!!! 아!!!! (이러고 집밖으로 나감)"

이 부분도 저 날 배달원 사건 있을 때 시발이라고 처음 해봤습니다.

시발이라고 소리 안 지르면 그 순간 저는 죽을거 같았거든요.

전 항상 4~5시간 한방에서 여친과 말로 싸우고 마지막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더이상 같은 공간에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을 때 아.. 그만..하고 나갔습니다.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서 맨날 울었어요.

배달원 사건에서 아 어이없네 한마디 했고 텍스트에서도 욕을 쓴게 없는데 평소에 남자가 화를 잘 내고 욱하고 욕을 잘하니 여자가 그런거겠지 라고 판단하는 댓글들 보고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모든 상황을 동영상으로 보여드릴 수도 없고 글로 쓰는데 한정되어 있으니 그렇게 이해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오늘 댓글보면서 또 몇시간 동안 여친과 얘기하고 결국 서로를 놓아줬습니다.

6년간 왜 헤어지지 못했을까에 대해 저는 자책 많이 했습니다.

사랑하는 감정도 있고 정이 많이 든 부분도 있고 여친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부분도 있구요..여친의 부모님조차 여친을 손절한 상황이라 주변에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헤어지지 못했던거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 기회로 저도 정신과 다녀보려 합니다.

정신과 마음이 피폐해진 것은 확실해보여서 치유가 필요한거 같습니다.

어찌됐든 뽐뿌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에게 욕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