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이 무너졌다 ...조코비치, 나달 잡고 치치파스와 우승 다툼 [프랑스오픈]

노박 조코비치가 11일 밤(현지시간)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1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4강전에서 라파엘 나달한테 강서브를 넣고 있다.
조코비치는 이날 고비마다 서브 에이스를 꽂아넣으며 나달을 괴롭혔다.
파리/AF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롤랑가로스에서 남자단식 14번째 우승을 노리던 ‘흙신’ 라파엘 나달(35·스페인). 세계랭킹 3위인 그가 결승 문턱에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백핸드 쪽에 특히 약점(2, 3세트)을 보이며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에게 패한 것이다.

11일 밤(현지시간) 자정 전까지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1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4강전. 조코비치는 이날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2세트부터 나달의 백핸드 쪽을 집요하게 공략해 3-1(3-6, 6-3, 7-6<7-4>, 6-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4시간11분 동안의 혈전이었다.
지난 2016년 이 대회 챔피언인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5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라파엘 나달이 힘겹게 리턴샷을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나달은 자신의 텃밭인 롤랑가로스 무대에서 이번까지 14번이나 4강 진출에 성공했는데, 첫 패배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0·스위스)를 제치고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최다우승(21회) 기록을 세울 수 있었으나 조코비치의 벽에 막혀 무산돼 아쉬움은 더했다.
조코비치는 이 부문 18회 우승기록을 보유해 페더러와 나달에 다소 뒤져 있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나달과의 역대전적(58회 대결)에서 30승28패로 우위을 지켰다.
나달은 지난해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는 조코비치를 만나 3-0(6-0, 6-2, 7-5) 완승을 거두고 13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바 있다.
지난 5월 로마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BNL 이탈리아 남자단식 결승에서도 2-1(7-5, 1-6, 6-3)로 이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기력했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은 3세트였는데, 무려 1시간31분 동안 진행됐다.
결국 타이브레이크 승부에서 조코비치가 이겼다.
조코비치는 5-4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 하나를 네트에 꽂아넣었고, 6-4 세트포인트 상황에서 나달의 드롭샷이 실패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가 앞선 남자단식 4강전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를 3-2로 누르고 결승에 오른 뒤 두팔을 벌리며 좋아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조코비치의 결승 상대는 세계 5위로 ‘빅3’를 저격한 선두주자로 꼽히는 세계 5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3·그리스)로 정해졌다.
치차파스는 이날 앞선 4강전에서 6위 알렉산더 츠베레프(24·독일)를 맞아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6-3, 6-3, 4-6, 4-6, 6-3) 승리를 거두고 생애 처음 그랜드슬램 결승에 올랐다.
3시간37분 동안의 혈투였다.
치치파스는 그동안 3차례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4강전에 올랐는데 모두 결승문턱에서 무너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2010년 호주오픈의 앤디 머리(영국) 이후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결승에 오른 최연소 선수로 기록됐다.
1998년 12월8일생으로 만 23세가 아직 안 된 나이다.

치치파스가 경기 뒤 츠베레프를 위로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치치파스는 경기 뒤 “나는 아테네 외곽의 작은 곳에서 왔고, 나의 뿌리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나의 꿈은 여기서 경기를 하는 것이었고, 어느날 프렌치오픈의 큰 무대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것을 할 것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고 코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치치파스는 이번 대회 여자단식 4강까지 오른 같은 나라의 마리야 사카리(26)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나와 마리야가 그리스 테니스의 희망을 살아있게 해 매우 행복하다”고도 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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