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마일보이' 우상혁, 올림픽 즐길 줄 아는 '찐 올림피언' [도쿄 SS현장]

도쿄올림픽 남자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 2m35를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참석자들과 교환한 다양한 핀을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너무나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아서 아직 꿈인 것 같다.
”
도쿄 하늘을 찬란하게 날아오른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2일 올림픽 선수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국내 취재진과 기자회견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전날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어넘어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육상 트랙과 필드 선수를 통틀어 올림픽 결선에 오른 건 1996년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그가 25년 만이다.

우상혁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1차 시기에 2m35를 넘으면서 1997년 6월20일 전국종별선수권에서 이진택이 세운 2m34의 한국기록을 1㎝ 경신했다.
멈춰있던 한국 육상 높이뛰기 시계를 재가동한 것과 다름 없다.
또 올림픽 한국 트랙과 필드 사상 최고 성적인 4위까지 달성했다.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한국 육상은 우상혁을 통해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게 됐다.

도쿄 | 연합뉴스

우상혁은 “내가 뛴 영상을 봤는데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뛰었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 그토록 먹고 싶었던 라면 맛도 봤단다.
그는 “도핑 테스트한 뒤 숙소에 새벽에 들어가 라면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더라”며 “요즘 양념이 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가장 강한 불닭볶음면을 먹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높이뛰기 선수에게 자기 키의 50㎝ 이상은 마의 벽으로 불린다.
우상혁의 키는 188㎝. 그는 평생 목표가 2m38이다.
이번에 2m35를 넘은만큼 ‘상향 조정’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상혁은 “(2차 시기에) 2m39에 도전하면서 (최종 목표 도달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m38을 우선 깨는 게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우상혁의 비상을 더욱 더 관심 있게 지켜본 건 특유의 익살스러운 동작 때문이었다.
그는 도약 전 환한 미소와 함께 두 팔로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여유를 보였다.
“처음부터 자신감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입을 연 우상혁은 “어느 순간 준비가 되고 확신이 생겼을 때 표출해야 한다고 느꼈다.
준비된 사람이 자신감을 표현하는 건 자만이 아니다.
그래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올림픽에서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도약에 앞서 “할 수 있다”, “올라간다”고 말하는 입 모양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그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방식이다.
‘올라간다’는 건 늘 올라만 가자, 걸리더라도 2차 시기에 넘을 확률이 생기기에 스스로 주문을 한다”고 말했다.
우상혁의 AD카드 목걸이엔 여러 올림픽 관련 핀이 달려 있었다.
경기장 밖에서도 올림픽을 즐기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그는 “스물 한살 나이에 처음 올림픽(2016년 리우)을 뛰었는데 그땐 즐기지 못했다.
예민해져서 방에만 있었다.
나중에 보니 사진도 없고, 추억도 없더라”며 “전 세계 운동하는 사람의 축제를 못 즐긴 것에 후회되고 창피했다”고 말했다.

도쿄에 와서 여러 핀도 받고, 올림픽 건물도 둘러보면서 오륜기 앞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고 한다.
이러한 ‘즐기는 올림픽’은 그에게 기대치를 넘어서는 성적까지 안겼다.

끝으로 그는 “(4위 하고) 전광판을 보면서 ‘이게 맞나’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인정하면 행복도 빨리 찾아온다고 여겼다”며 “후회가 없다.
2m35도 넘었고 2m39에 도전도 해봤다.
이렇게 후회를 남기지 않으면 4위 한 선수는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도쿄에서 한계를 넘어설 자신감과 더불어 ‘올림픽을 즐기는 법’까지 터득한 그는 한 차원 더 성장, 3년 뒤 파리에서 또 다른 역사를 그리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스포츠뉴스 입니다.

파워링크 등록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