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제2의 왕조 구축을 위해서는 리빌딩이 필요하지만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대한항공 이야기다.
대한항공은 이번시즌 정규리그 3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머물며 5회 연속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현대캐피탈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채 ‘항공 왕조’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결별하고 브라질 출신 새 사령탑을 영입해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새 리더와 함께 다음을 기약해야 하지만 과감한 세대교체는 쉽지 않다.
대한항공은 이번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정지석(30), 곽승석(37), 김규민(32) 등 고액 연봉자들과 재계약을 체결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정지석은 9억2000만원, 곽승석은 7억1000만원, 김규민은 5억500만원의 연봉(옵션 포함)을 받는 대표적인 고액 연봉자들이다.
세 선수의 연봉 총액만 21억35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연봉이 높아 다른 팀에서 데려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배구연맹 FA 규정에 따르면 A그룹 선수를 데려가는 팀은 전 시즌 연봉의 200%와 구단이 정한 5명의 보호선수 외 1명으로 보상해야 한다.
연봉 300%를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큰 돈을 투자하기엔 이들의 나이가 걸린다.
30대를 지나는 이들을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열 팀은 현실적으로 나오기 쉽지 않다.
실제로 남자부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세 선수의 이름은 오르내리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이적이 쉽지 않고, 세 선수 모두 팀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만큼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연봉 조정이다.
팀 성적도, 개인의 퍼포먼스도 FA 계약을 맺었던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대한항공도 이들의 연봉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재계약은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연봉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에는 왕조 시대를 이끌었던 베테랑이 이들 외에도 있다.
바로 세터 한선수, 유광우다.
두 선수는 1985년생으로 올해 ‘불혹’이다.
아직 계약 기간도 남아 있다.
리빌딩의 필요성, 당위성은 절감하지만 급진적으로 변화를 줄 수 없는 환경이다.
대한항공은 베테랑과 동행하면서도 기존 젊은 자원인 김민재, 정한용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세터 김관우, 미들블로커 최준혁 같은 어린 선수들이 다음시즌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빠르지는 않더라도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한다는 밑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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