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인천=정다워 기자] 흥국생명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가장 좋은 시점에 이별하게 됐다.
아본단자 감독은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뒤 흥국생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다음시즌에는 여기 없을 확률이 더 높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곳이 있다면 가고 싶다.
하지만 미래는 모른다.
언젠가 다시 올 수도 있다”라며 이별을 고했다.
그의 차기 행선지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알려졌다.
아본단자 감독은 마지막 경기 전 이미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2022~2023시즌 막바지 흥국생명에 합류했다.
선진적인 배구 시스템과 훈련 방식 등으로 호평받았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첫 시즌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프전 1~2차전 승리 후 내리 3연패를 당해 준우승에 그쳤고, 지난시즌에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1승도 뽑아내지 못한 채 완패했다.
이번에도 1~2차전을 잡았지만 3~4차전에서 패하면서 2년 전의 트라우마가 재현되는 듯했으나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트로피를 얻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개막 전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일부 극성 팬이 아본단자 감독으로는 우승하기 어렵다며 ‘트럭 시위’를 벌였다.
그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가는 사건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 일을 잊지 않았다.
그는 “트럭 시위를 받기도 했는데 축하 트럭을 보내주면 고마울 것 같다.
한국은 실수하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문화인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해주면 좋겠다”라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유쾌한 ‘뒤끝’을 보인 셈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탈리아인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과 다소 거친 표현으로 인해 간혹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배구 하나만큼은 빈틈없이 가르치는 지도자였다.
김연경은 “배구에 물음표가 없는 감독”이라면서 “많은 선수들이 성장했다.
마무리까지 잘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
세 시즌간 한국 배구를 직접 경험한 아본단자 감독은 “한국의 구단 운영, 지원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선수들의 성장에 한계가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 잠재력이 있는 리그”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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