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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선수단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종 패배한 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기적을 꿈꿔도 될 만한 호적수였다.
정관장의 치열했던 도전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마무리됐다.
여자프로배구 정관장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다.
1∼2차전 2연패를 할 때만 해도 패색이 짙게 드리웠지만, 확률을 무시하는 투혼과 열정을 물들이며 시리즈를 끝까지 이끌었다.
해피엔딩은 없었지만, 박수받기 충분한 명승부를 빚어냈다.
정말 힘든 싸움이었다.
무엇보다도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정규시즌 막판 반야 부키리치와 박은진이 부상 때문에 긴 휴식기에 돌입했다.
완벽한 회복을 꿈꿨지만, 안타깝게도 100%로는 올라오지 못하고 이번 봄 배구에 임해야 했다.
주전 리베로와 세터까지 문제가 터졌다.
노란이 허리 부상, 염혜선이 무릎 부상에 허덕이며 출전과 결장을 반복했다.
노란은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이번 챔프전에 임했다.
염혜선은 “죽어도 코트 위에서 죽자”는 마인드로 끝까지 팀을 지켰다.
심지어 이날 5차전도 역전이 큼지막한 키워드였다.
듀스 혈투 끝 1∼2세트를 모두 내주고 출발했지만, 3∼4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기어코 5세트까지 스토리를 이어갔다.
바로 이 전장에서 김연경과 투트쿠가 나선 상대 쌍포를 막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지만, 역사에 남을 챔프전 시나리오를 써냈다.
지난 3차전과 4차전에서는 챔프전 역대 최다 듀스 11회를 두 번이나 써내면서 흥국생명에 맞섰다.
모두가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에 주목하면서 스포트라이트도 빼앗겼지만 정신력이 빛나는 항전에 항전을 거듭했다.
끝내 부상 악령을 떨쳐내지 못했지만, 정관장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패자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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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선수단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13년 만의 챔프전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지우기는 힘들다.
정관장은 V리그 원년 우승에 이어 역대급 외인 선수로 불리는 마델라이네 몬타뇨의 활약 속에 2009~2010, 2011~2012시즌까지 ‘V3’를 달성한 강팀이다.
하지만 몬타뇨가 유럽으로 떠난 후, 지독한 내리막에 접어들면서 챔프전 공기조차 맡아보지 못했다.
올 시즌 그 사슬을 끊어냈지만, 기다렸던 우승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분명 희망을 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
아시아쿼터 도입과 함께 복덩이로 완벽히 자리 잡은 ‘인도네시아 김연경’ 메가왓티 퍼티위는 2시즌 연속 팀 에이스로서 자신의 능력치를 유감없이 뽐냈다.
이번 시리즈도 메가의 힘으로 김연경과 맞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포지션 변경이라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해준 외인 부키리치가 쌍포로 폭발했다.
중앙에는 정호영과 박은진이라는 국가대표급 미들블로커 라인이 완벽하게 뿌리를 내렸고, 노란과 염혜선이 구성한 베테랑 듀오가 팀을 굳게 지탱했다.
여기에 이소영의 자유계약(FA) 이적 보상 선수로 합류한 표승주까지 여느 외부 영입 못지않은 영양가를 보이며 탄탄한 짜임새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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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메가왓티 퍼티위가 득점을 올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꾸준한 강팀으로 리그를 헤쳐나갔다.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인 현대건설과 불꽃 튀는 2위 경쟁을 펼쳤으며, 시즌 중반에는 구단 역대 최다 14연승을 내달리면서 1위 흥국생명의 뒷덜미까지 서늘하게 만들었다.
비록 마침표는 새드엔딩으로 찍혔지만,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직전 시즌 플레이오프, 올 시즌 챔프전 진출을 단계적으로 일군 만큼 차기 시즌에는 다음 고지를 노릴 일만 남았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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