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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한선수 등 번호만 바라봐야 했던 황승빈, 챔프전에서 천하의 유광우, 한선수를 모두 잡았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인하대 시절 신입생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주전으로 뛸 정도로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2014~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그에게 주전 자리를 줄 수 없는 팀이었다.
현역 최고의 세터로 꼽히는 한선수가 팀의 상징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웜업존에서 한선수의 등번호 ‘NO.2’를 바라만 봐야했다.
이따금 백업 세터로서 기회를 부여받을 뿐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더니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유광우가 백업 세터로 자리잡고 있어 ‘제3 세터’로 밀렸다.
그렇게 서른살까지 백업 세터로 지내야 했던, 이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단 1승을 남겨놓은 현대캐피탈의 당당한 주전 세터 황승빈(33) 얘기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되며 생애 첫 주전 세터 롤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삼성화재와 우리카드가 5대3 대형 트레이드를 하면서 한 시즌만에 이적했다.
그래도 주전 세터 자리는 황승빈의 차지였다.

이제는 좀 정착하나 싶었지만, 그에겐 또 트레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전 세터 황택의가 입대해 주전 세터 자리가 공백이 된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가 트레이드를 시도했고, 한성정과 자리를 맞바꿨다.
하지만, FA로 영입한 나경복까지 군에 입대한 상황이라 KB손해보험의 전력은 그리 좋지 않았고 최하위라는 성적을 받아들어야 했다.

2024~2025시즌을 앞두고 황승빈의 위치는 어정쩡했다.
10월말로 제대가 예정된 황택의가 돌아오면 주전 세터 자리는 그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김명관의 입대로 주전 세터 자리가 애매했던 현대캐피탈이 황승빈을 원했다.
통영 KOVO컵대회를 마치고 현대캐피탈이 세터 이현승과 미들 블로커 차영석을 내주고 황승빈을 품었다.
4시즌 동안 4개팀에서 뛰게 되는 진기록이 세워진 것이다.

‘저니맨’ 생활이 이제는 좀 멈출 듯 하다.
현대캐피탈 이적 후 황승빈은 날아올랐다.
세터에게는 최고의 재료가 가득했다.
역대 최고의 외인으로 꼽히는 레오(쿠바)에 토종 넘버원 공격수로 거듭난 허수봉, 신펑(중국)과 전광인까지 양날개에 빼어난 공격수들이 많았고, 속공 활용을 좋아하는 황승빈에게 최민호와 정태준까지 있었다.

최고의 팀 동료들과 함께 하며 황승빈은 승승장구했다.
레오와 허수봉이 리시브 라인에 서느라 양질의 리시브가 제공되진 않았지만, 황승빈은 이를 잘 연결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달려나가 자세가 무너지며 올려도 레오와 허수봉의 타점을 살려줄 수 있는 토스를 제공했고, 현대캐피탈은 황승빈의 활약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며 조기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황승빈의 데뷔팀이자 가장 오랜 기간 뛰었던 대한항공. 지난달 21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이왕이면 챔프전에 데뷔인 대한항공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내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던 황승빈에겐 기다리던 팀이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역대 V리그 최고의 세터를 꼽으라면 두 손가락에 손꼽힐 한선수와 유광우가 버티고 있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차전은 유광우, 2차전은 한선수에게 오롯이 경기 운영을 맡겼지만, 모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배했다.
이는 곧 황승빈이 유광우와 한선수를 모두 잡았다는 의미다.

황승빈은 지난 3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마치고 허수봉과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황승빈은 “1,2차전 매 세트가 힘들었다.
그러나 결과가 모두 승리라서 저 역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이를 발판 삼아 3차전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신인 시절부터 오랜 기간 웜업존에서 바라만 봐야 했던 한선수와의 맞대결이라 감회가 남다르진 않았을까? 황승빈은 “대한항공과 챔프전을 준비할 때부터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했지만, 감상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
최대한 그런 쪽ㅇ느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최근 매 시즌 팀을 옮겨다니느라 힘들었을 황승빈. 올 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을 때 챔피언 팀의 주전 세터가 될 상상을 했을까. 그는 “시점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언젠가 그런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은 했다”라면서 “제게 붙여진 ‘저니맨’이라는 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적할 때마다 주전 세터로 뛰었고, 그렇게 트레이드된다는 게 제가 필요한 팀이 있다는 것이고, 저를 원한다는 것이니까 그런 수식어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팀이 승리했기에 모양새만 놓고 보면 황승빈이 천하의 유광우, 한선수를 차례로 이긴 셈이 된다.
약간 도발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며 질문을 던지자 황승빈은 배시시 웃으며 “이번 챔프전에서 제 경기력이나 플레이가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챔프전은 이기는 팀이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광우형과 선수형을 이겼다고 생각하면 영광이고 뿌듯하긴 하다.
그래도 아직 많은 분들이 그 두 형에게 황승빈은 아직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언젠가는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황승빈은 챔피언십 포인트 상황이 됐을 때 허수봉에게 공을 올려주겠다고 공언했다.
그 생각이 여전히 유효하냐고 묻자 황승빈은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블랑 감독님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사족을 붙이긴 했다.
그 의미는 억지로 수봉이에게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였다.
챔피언십 포인트 상황에서 누가봐도 수봉이에게 가는 상황이 맞다면 당연히 올리겠다”라고 답했다.
이를 듣고 있던 허수봉은 “어거지로 올라오더라도 어떻게든 포인트를 내겠다.
제가 포인트를 못 내면 승빈이형이 힘들어진다.
무조건 포인트를 내겠다”고 화답했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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