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뉴스
스포츠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김도영 vs 문동주 ‘자존심 싸움’, 올해부터 '진짜 승부' [김대호의 야구생각]


'광주 절친'의 앞서거니 뒷서거니 자존심 싸움
2025시즌 '불꽃 경쟁' 예고...선의의 경쟁 결과는 은퇴 때 판가름


김도영은 지난해 KBO리그를 집어삼킬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문동주와의 자존심 싸움에서도 한 발 앞서가는 형국.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지난해 KBO리그를 집어삼킬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문동주와의 자존심 싸움에서도 한 발 앞서가는 형국. /KIA 타이거즈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2021년은 KBO리그에서 연고지 1차 지명이 시행된 마지막 해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력 평준화를 위해 2022년부터 전면 드래프트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KIA 타이거즈는 ‘운명의 장난’처럼 연초부터 고민에 휩싸였다. 그 해 투(投)-타(打) 최고의 선수가 광주에서 동시에 출현한 것이다.

광주 동성고 3학년 내야수 김도영(22)과 광주 진흥고 3학년 투수 문동주(22)가 주인공이다. 김도영은 흔치 않은 5툴(Five-tool) 플레이어이고, 문동주는 154km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광주 지역에선 김도영을 ‘제2의 이종범’, 문동주를 ‘제2의 선동열’로 불렀다.

KIA가 두 선수 가운데 누구를 지명하느냐는 야구계 전체의 핫이슈였다. KIA의 지명에 따라 다음 전국구 1차 지명권을 갖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픽도 결정되며 무엇보다 투수냐, 타자냐를 두고 야구팬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야구계의 의견은 문동주 쪽으로 기울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똘똘한 투수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KIA의 선택은 신중했다.

KIA는 오래전 아픈 기억이 있다. 1991년 KIA의 전신 해태는 1차 지명을 놓고 이때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광주일고 인하대를 졸업한 내야수 김기태와 광주 진흥고 한양대 출신의 투수 오희주를 두고 애를 태웠다. 최종 선택은 빠른 볼을 던지는 오희주였다. 김응용 당시 해태 감독은 왼손 거포 김기태에 마음이 갔지만 나이 30줄에 들어선 선동열을 이을 정통파 투수가 필요했다.

해태의 선택은 지금까지도 ‘최악의 실수’로 거론된다. 신생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특별지명을 받은 김기태는 첫해부터 홈런 27개를 날리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거포로 자리 잡았다. 반면 자유분방한 성격의 오희주는 해태의 엄격한 팀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1993년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됐다.

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야구팬들의 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22일 개막전이 열리는 5개 구장 입장권 예매표는 이미 매진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전경. /뉴시스
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야구팬들의 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22일 개막전이 열리는 5개 구장 입장권 예매표는 이미 매진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전경. /뉴시스

모든 구단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KIA의 선택은 김도영이었다. 문동주를 포기하는 마음이 아팠지만 정확성과 장타력, 폭넓은 수비, 강한 어깨, 빠른 발을 다 갖춘 타자를 버릴 수 없었다. 문동주는 당연히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한화는 문동주에게 김도영보다 1억 원이 많은 계약금 5억 원을 안겨 기를 살려줬다.

2년 차까진 문동주가 앞서가는 형국이었다. 문동주는 2년 차인 2023년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해 신인왕에 올랐다.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한화 출신 신인왕이다. 뿐만 아니라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한국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한국 야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에 비해 김도영은 부상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2023시즌엔 발목 부상으로 84경기밖에 나가지 못했다. 이 바람에 병역 특례가 걸려있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탈락했다. 또 2023시즌 뒤 열린 APBC 일본전에서 1루에 슬라이딩하다 왼손 엄지 인대가 파열되기도 했다.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던 김도영은 2024시즌 잠재력이 대폭발했다. 타율 .347에 38홈런, 40도루, 109타점, OPS가 1.067에 이르렀다. 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만장일치에 가까운 MVP에 선정됐다.

문동주는 지난 시즌 후반 갑작스런 부상으로 조기 하차했다. 올해는 '절친' 김도영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지난 시즌 후반 갑작스런 부상으로 조기 하차했다. 올해는 '절친' 김도영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이번 시즌 연봉 1억 원에 동결된 사이 김도영은 무려 4억 원이 오른 5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현재까지 둘의 승패를 굳이 따지자면 1승 1패. 올해부터가 사실상 진짜 승부다. 문동주는 스프링캠프에서 악에 받친 듯 훈련에 매달렸다. ‘절친’ 김도영을 의식한 듯했다. '불꽃 경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 둘의 미래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김도영은 군 복무도 해결해야 한다. 누군 메이저리그에 갈 수도 있다. 최종 성적표는 유니폼을 벗을 때 드러날 것이다. 예전 박찬호는 LA다저스 시절 먼저 스타로 떠올랐던 노모 히데오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최종 성적은 박찬호 124승, 노모는 123승이었다. 광주 절친이자 라이벌 김도영 문동주의 자존심 싸움도 20년 뒤쯤 가려질 것 같다.

daeho9022@tf.co.kr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html>
에디터
HTML편집
미리보기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