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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
지난해 9월 말. 시즌 마지막 대전 원정길에 나선 좌완 투수 김진욱(롯데)은 용기를 냈다.
무작정 상대 불펜으로 향했다.
류현진(한화)을 찾아갔다.
체인지업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대선배에게, 그것도 일면식도 없었던 사이인 만큼 말을 거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터. 그만큼 간절했다.
김진욱은 “살기 위해 갔다”면서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내겐 정말 중요했다.
새로운 변화구가 필요했다.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었는데, 힌트라도 얻고자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 심정을 알기에 류현진은 흔쾌히 알려줬다.
그립에서부터 염두에 둬야 할 부분, 떨어지는 각도를 조절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김진욱은 “워낙 많은 선수들이 물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렇지 않게 답해주시더라”고 기억했다.
실제로는 류현진 역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직접 와서 물어본 선수가 (다 합쳐) 5명도 안 되는 것 같다.
다른 팀 선수는 거의 처음이었다”면서 “쉽지 않았을 텐데 기분 좋았다.
누구든 물어보면 알려줄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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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혜진 기자 |
김진욱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대형 유망주로 손꼽혔다.
정교한 제구력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2021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더 높았다.
기복이 있었다.
잘 던지다가도 갑작스레 흔들리곤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최대한 비우려 노력한 배경이다.
김진욱은 “공 하나하나에, 특히 볼이 됐을 때 생각이 많아지더라. 미련 없이 다음 공을 던지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프로 5년차.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터닝 포인트로 만들려 한다.
군 복무도 미루고 맞이한 시즌이다.
당초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 입대하려 했으나 팔꿈치 부상 등이 겹쳐 미뤘다.
1군 생존을 향한 길, 체인지업도 그 중 하나다.
4선발로 출발하는 만큼 보다 다양한 구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류현진에게서 고급 정보를 얻은 뒤 외인 투수들(찰리 반즈, 터커 데이비슨), 소형준(KT) 등에게도 자문을 구하며 자신만의 체인지업으로 발전시켰다.
겨우내 훈련에 매진했다.
캠프 때도 의도적으로 변화구 피칭을 많이 했다.
체인지업 비중을 늘린 것은 물론, 트랙맨 수치를 확인하며 정교하게 다듬었다.
아직 100%까진 아니지만 빠른 시일 안에 익힐 수 있었던 배경이다.
지난 10일 LG와의 시범경기(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에서도 4개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김진욱의 체인지업에 대해 “괜찮게 들어간 게 몇 개 있더라”고 끄덕였다.
2025시즌, 김진욱이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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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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