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베르사유=정다워 기자] 진정한 ‘철인’이 아니면 근대5종 메달리스트가 될 수 없다.
성승민(21·한체대)은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여자 결승에서 승마, 펜싱,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점수 1441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아 여자 선수가 이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성승민이 처음이다.
한국은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전웅태가 동메달을 딴 데 이어 다시 한번 포디움에 오르며 근대5종 신흥 강국으로 도약했다.
레이저 런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극한의 체력과 한계를 시험하는 종목이다.
말을 타고 10개의 장애물을 통과한 후, 펜싱(에페) 대결을 통해 점수를 따낸다.
이어 수영 200ｍ 경쟁을 벌인다.
레이저 런은 3㎞를 달리다 600ｍ마다 공기권총 사격으로 10ｍ 거리에 있는 59.5㎜ 크기의 과녁 다섯 개를 쓰러뜨려야 다음 구간으로 달릴 수 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순서대로 점수를 매겨 종합 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체력은 기본이고 순발력, 여기에 집중력까지 보유해야 소화할 수 있다.
당연히 선수 수급도 쉽지 않다.
한두 종목이야 잘할 수 있지만, 다섯 개를 모두 잘하는 것은 웬만한 사람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성승민은 수영 선수 출신으로 중학교 진학 후 근대5종 선수로 전환했다.
중학생 시절 전국소년체육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드러냈고, 고교 시절에 국가대표 선발전 2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드디어 지난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올해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여자 계주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메달까지 기대하게 했다.
당연히 훈련 과정부터 쉽지 않다.
성승민은 “새벽에는 육상, 레이저 훈련을 한다.
오전에는 수영, 오후에는 승마와 펜싱 훈련을 했다.
저녁에는 야간 운동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하루에 모든 종목을 훈련했다.
훈련 시간만 생각하면 하루 9시간 이상일 것”이라면서 힘들었던 훈련 스케줄을 얘기했다.
이어 “육상이 가장 하기 싫었다.
안 할 수는 없어 숨이 차도록 열심히 뛰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루에 하나만 해도 힘든 훈련을 모두 소화하는 체력이야말로 진한 땀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메달 획득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덕분에 성승민은 모든 종목에서 고른 성적을 냈다.
승마에서 만점 300점 만점을 받았고, 펜싱에서는 7위에 자리했다.
수영에서는 2위에 올랐다.
레이저 런 성적이 8위였다.
사격만 조금 더 잘했다면 메달의 색깔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2003년생. 성승민은 아직 어리다.
다음 올림픽을 노리는 게 당연하다.
준비 과정은 달라진다.
승마의 경우 선수의 말을 수급하는 게 아니라 늘 논란이 됐다.
자칫 말이 말을 듣지 않으면 경기 전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다음 올림픽부터는 승마가 빠지고 장애물 경기가 도입된다.
성승민은 “승마 종목이 사라지지만 LA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
동메달을 한 번 땄으니 은메달, 금메달이 좋을 것 같다.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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