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
SSG 좌완 투수 김태훈이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17일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최종전(두산전) 시구자로 나섰다.
시포는 절친 서진용이 맡았다.
경기를 마친 후엔 마이크 앞에 섰다.
평소 장난기 넘쳤던 모습 대신 차분하게 준비해온 글을 읽어 내려갔다.
김태훈은 “최고의 명문 팀에서 15년간 보낼 수 있어 영광이다.
이 팀에 뽑혀서, 일원이 돼, 뛰었던, 울고 웃었던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전했다.
만 33세. 끝을 말하기엔 다소 이른 나이다.
팀 내 1983년 고효준, 1984년 노경은 등이 여전한 기량을 뽐내며 필승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다.
김태훈은 “거의 2년 동안 2군에 머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들 것 같더라”면서 “다시 한 번 준비해봤는데 벽에 부딪혔다.
좋은 후배들도 많다보니 경쟁력도 떨어지는 듯했다.
그래서 조금 일찍 결정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운드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던 김태훈이다.
고교시절이었던 2008년 미추홀기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SSG 전신)에 입단, 한 팀에서만 줄곧 뛰었다.
통산 302경기에서 372이닝을 소화하며 18승22패 9세이브 64홀드 평균자책점 5.18 등을 기록했다.
2018년엔 한국시리즈(KS)서 맹활약하며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김태훈은 “야구하면서 그래도 할 건 다 해본 것 같다.
후회 없다”고 밝혔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 했던가. 선수생활은 마무리하지만 ‘야구인’ 김태훈의 삶은 계속된다.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인천에 아카데미를 개설할 계획이다.
김태훈은 “(은퇴 후 삶에 대해) 어느 정도 구상은 하고 있었다”면서 “대한민국 야구에 기여하겠다”고 웃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도 더욱 충실히 하고자 한다.
돌 지난 아들이 있다.
가족이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김태훈은 “어느 정도 그런 부분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예기치 못한 부상, 부진으로 맘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항상 밝은 얼굴로 임했다.
퓨처스(2군)리그서 치른 은퇴경기를 언급하며 “한 번 죽어보자 싶은 마음으로 전력으로 던졌다.
구속이 145㎞까지 나왔다.
(은퇴 번복해야 하나) 살짝 고민했는데, 후배들이 세리머니를 다 준비했더라”고 특유의 넉살을 보이기도 했다.
김태훈은 어떤 선수로 기억될까. “유쾌하고 밝았던, 에너지 넘치는 선수였지 않았을까”라며 미소를 보였다.
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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