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단순하게 던져.”
한화 최원호 감독이 ‘미스터 160㎞’ 김서현(19)에게 제동을 걸었다.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도 제구 난조에 발목을 잡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 감독은 “잘될 때는 놔두는 게 맞다.
그러나 안될 때는 (코치진이) 개입해야하지 않겠는가”라며 “(김)서현이는 구위 문제가 아니다.
구위는 여전히 리그 최상급이다.
그걸 못살리니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서현은 시속 160㎞짜리 광속구를 던지는 ‘영건’이다.
큰 기대속 KBO리그에 데뷔해 17경기에 등판했고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7(6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17.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16안타를 내줬고, 삼진 23개를 잡아냈다.
볼넷은 12개를 허용했는데, 최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지점이 많은 볼이다.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 1.62도 불펜 필승조로 보기에는 높은 편이다.
최 감독은 “(김)서현이는 그동안 자기주도로 볼배합했다.
크게 보면, 투수가 플랜을 세워 타자를 상대하는 게 맞다”면서도 “투수가 볼배합하면, 생각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멘붕에 빠진다.
우선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져야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데, 서현이는 이게 안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으면 템포가 느려진다.
쓸데없는 생각이 몸을 지배해 제구불안이 가속화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내린 1차 처방은 ‘포수 사인대로 던져야 한다’이다.
KBO리그 신인인 김서현보다 프리에이전트(FA) 권리까지 사용한 최재훈(34)의 경험이 월등하다.
타자 파악이나, 투수의 구위 등은 받는 쪽이 더 잘 안다.
볼배합을 포수에게 맡기면 마운드 위에서 쓸데없는 생각을 줄일 수 있다.
최 감독은 “안좋은 결과가 나오면, 포수 탓하면 된다.
‘(최)재훈이 형이 볼배합을 잘못해서 맞았다’고 책임전가하라는 얘기”라며 웃었다.
‘내 공을 못던졌다’는 패배감에서 벗어날 일종의 탈출구를 만들어준 셈이다.
두 번째 처방은 ‘한 가지 투구폼’으로 던지라는 주문이다.
김서현은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을 오가는 변칙투구로 타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렸다.
부상위험도 있고, 투구 메커니즘을 정립할 수 없다는 비판이 따랐다.
최 감독은 “어떤 폼이든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으면 건드릴 필요없다”면서도 “지금은 제구가 안된다.
구위 문제가 아니라 볼을 많이 던지는 게 문제이니, 일정한 투구폼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에 집중하는 쪽이 서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밸런스는 팔을 살짝 내린 게 좋아보여 우선 이 폼으로 던지라고 주문했다.
일정한 폼으로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다보면 밸러스와 투구 감각을 회복할 것이라는 게 최 감독의 기대다.
그는 “스트라이크 한복판으로 던지라고 주문해도, 자연스럽게 코너워크가 된다.
굳이 코너워크할 필요 없다”며 “그정도 구위면 미트만 보고 던져도 충분하다.
속구 비율을 높이고, 힘있게 던지는 것에 집중해야 (김)서현이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면, 강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개막 두 달만에 체득하기 시작한 김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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