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올시즌 LG 마운드의 키는 롱릴리프다.
선발투수들이 투구수를 80개 내외로 끊는 4월초에는 특히 그렇다.
5회 혹은 4회에 선발이 교체되는 경기가 나올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선발투수 다음을 책임질 롱릴리프의 호투가 필요하다.
롱릴리프가 선발과 필승조 사이에서 강한 다리를 만들면, 내심 시즌 초반 질주도 기대할 수 있다.
LG 염경엽 감독의 8선발 이론도 이와 맞물려 있다.
선발투수 8명 중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3명이 2군으로 내려가는 게 아닌 1군에서 롱릴리프를 맡는다.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선발투수 다음에 나와 2이닝도 던진다.
그 중심에 베테랑 우투수 임찬규(31)가 있다.
이전과 달리 선발겸 롱릴리프, 즉 스윙맨으로 올시즌에 돌입한다.
염 감독은 23일 수원에서 열리는 KT와 시범경기에 앞서 임찬규의 보직에 대해 “시작은 아마 롱릴리프로 할 것”이라며 “아직 우리팀은 선발진 5명이 모두 강하지 않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선발진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찬규가 선발진에 들어가겠지만 일단 시즌 초반에는 롱릴리프로 뒤에서 대기한다”고 설명했다.
시범경기에서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NC전부터 선발투수 다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경기 8이닝 1실점으로 활약했다.
2년 전처럼 속구 구속 14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속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장점 극대화로 방향을 잡은 결과다.
장기인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특히 체인지업이 결정구로 빛나고 있다.
염 감독은 “갖고 있던 체인지업이 캠프를 통해 훨씬 더 좋아졌다.
상대 타자의 몸쪽으로도 체인지업을 구사할 정도로 체인지업이 좋다.
시범경기 데이터를 보면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도 체인지업 스윙률이 거의 90%”라며 “구종 가치가 엄청나다.
단순히 체인지업이 많이 떨어지기만 하는 게 아닌 직구와 터널링이 제대로 형성된다.
타자 눈에 처음에는 직구처럼 보이기 때문에 90%의 스윙률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시범경기 기간 임찬규가 유도한 탈삼진 8개 중 상당수가 체인지업을 통해 나왔다.
경험이 많고 수싸움에 능한 투수라 구종 하나면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다.
게다가 5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선발이 아닌 중간투수다.
같은 타자와 세 차례씩 마주하지 않는다.
롱릴리프로 등판해도 길어야 2, 3이닝이기 때문에 타자와 다음 대결에서 공의 움직임이나 투구패턴이 간파될 일도 없다.
임찬규 한 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캠프 기간 임찬규와 함께 선발 후보로 경쟁한 박명근, 김유영도 선발에서 제외되면 롱릴리프를 맡는다.
 | LG 신인 사이드암투수 박명근이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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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감독은 “경기 후반에 나오는 불펜진은 우리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선발이 안 좋아도 롱릴리프가 잘 해주면 레이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발이 흔들려도 롱맨들이 8승 이상을 해주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시범경기에서 잘하고 있는 백승현과 유영찬도 2이닝 이상이 된다.
항상 이들을 2이닝씩 기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2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올해 우리팀에 많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LG 우투수 유영찬이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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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토종 선발투수들의 도약이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플랜B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선발투수들의 투구수가 제한되는 시즌 초반 질주도 준비해야 한다.
베테랑 임찬규부터 새 얼굴 유영찬, 그리고 신인 박명근까지 롱릴리프의 활약에 따라 LG 마운드 높이가 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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