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월드컵이 한창인 카타르서 쓰는 아랍어로, 영어의 ‘From’과 의미가 같습니다.
‘김진엽의 새벽편지’를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보냅니다.
시차도 마침 6시간. 하루를 마감하며 쓴 편지는 정확히 한국 새벽에 도착합니다.
‘우리의 주장, 손흥민 선수에게.’
또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실패한 이후 서러운 눈물을 흘렸는데 이번에도 당신을 울리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 눈물을 감히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의미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1차전 우루과이, 2차전 가나전을 소화했습니다.
1무1패입니다.
결과는 두 경기 동안 승점 1 획득에 그쳤지만 내용이 좋았습니다.
상대를 압도하고,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우리의 축구를 하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빅리그 득점왕 손흥민은 없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입니다.
당연히 기대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았을 것이고, 또 본인이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상 이슈로 인해 컨디션이 하락했고 본인도 답답한 경기력이 반복돼 눈물이 터졌으리라 점쳐봅니다.
이번 조별리그 두 경기 동안 단 1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그 시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주장입니다.
아직 조별리그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고, 16강 진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닙니다.
쉽진 않겠지만 포르투갈을 이긴다면 꽤 긍정적인 경우의 수들이 한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나전 패배 이후 본인이 아쉬워 울기보단 실망한 선수들을 다독이는 ‘주장의 책임감’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아쉬워서 흘리는 눈물은 포르투갈전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내달 3일 치를 포르투갈전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없이 눈물을 보고 싶진 않습니다.
패배한다면 가나전에서 해내지 못한 주장의 책임감으로 우는 동료, 후배들을 달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극적인 16강에 오른다면 기쁨의 눈물이 아닌 포효를 보고 싶습니다.
‘스마일 맨’으로 불렸던 손흥민 선수인 만큼, 본인이 직접 팀 동료들에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만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밝은 표정으로 월드컵을 즐기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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