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님 도와야죠.”
프로야구 김기태 감독의 별칭은 ‘사나이’였다.
한 번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자신이 피해를 보더라도 구성원을 챙기는 등 수장으로서 역할을 다해내면서 자연스레 따라붙은 표현이었다.
지난 2019년 KIA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도,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최종전서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때도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보다 선수단을 포용한 감독으로 남기를 원했다.
감독석이 공석이 될 때마다, 팀을 한데 모으는 지도자가 필요할 때마다 김기태 감독이 언급된 이유다.
일본프로야구(NPB)서 경험을 전수하던 김기태 감독이 한국야구 복귀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다.
LG와 KIA를 거치는 동안 김 감독이 성공해낸 일은 육성이었다.
젊은 유망주들의 군 복무 문제를 누구보다 쉽게 풀어냈고, 타격 유망주들에게는 특급 노하우를 전수했다.
현재 키움과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육성에 추진력을 얻고 싶었던 KT에게는 최상의 카드가 김 감독이었다.
돌아온 김 감독은 “우리 이강철 감독님 잘 돕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시간을 돌려보자. 김 감독은 KIA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도 말이 많지 않은 지도자였다.
자신의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화살이 될까 조심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경기 혹은 승부처서 큰 실수를 저지른 선수가 있다고 해도 김 감독의 공개 질책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1군 감독이 아닌 퓨처스팀 수장이 됐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위치지만 그간의 능력을 인정받아 잠시 화제에 오를 수도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들뜨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만 몰두하겠다는 일종의 인사다.
당장 KT는 유격수 심우준, 2루수 박경수 등의 뒤를 이을 내야 자원이 필요하다.
마운드 역시 지금은 최강이라지만 입대 문제가 얽혀있어 제때 풀지 못한다면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이강철 감독은 그간 “2군에서 올릴 선수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1군에서 당장 활용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KT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감독을 선택했고, 김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해낼 기회를 잡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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