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자원 불확실+부족한데…라리가 톱클래스 자원을 버릴 이유가 있나[SS포커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강인(맨 오른쪽)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카메룬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몸을 풀고 있다.
교체 명단에 있던 이강인은 끝내 경기에 투입되지 못했다.
2022. 9. 27.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단순히 이강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표팀 전체에 플러스가 되는지, 마이너스가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9월 A매치 2연전에서 이강인에게 단 1분도 허락하지 않았다.
2022 카타르월드컵 전 유럽파가 갖는 마지막 A매치였으니 사실상 이강인을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월드컵에 데려갈 수는 있겠지만 활용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소집 전까지만 해도 벤투 감독은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지켜봤다.
우리도 그의 특징을 잘 안다.
기술, 판단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2연전을 통해 활용법을 찾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강인은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카메룬전 종료 후 벤투 감독은 “다른 선수로 플레이 하기로 결정했다.
팀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분석하고 투입했다.
다른 옵션을 선택한 것”라고 이강인을 출전시키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발전의 문제는 아니고 선택의 문제다.
선수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선수를 선발 출전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9월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이강인이 출전하기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만 놓고 보면 어떤 의도인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강인이 베스트11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개막을 2개월 앞둔 시점. 이미 짜여진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긴 쉽지 않다.
벤투 감독의 선택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논란은 이강인을 교체로도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벤투호의 교체 자원이 풍족하다면, 혹은 확실한 카드가 있다면 잡음이 날 이유는 없다.

카메룬전을 보면 이강인 결장이 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권창훈과 나상호, 황의조 등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펼치지 못한 채 경기를 마감했다.
베스트11이 나간 전반전과 경기력이 180도 달랐다.
무실점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벤투호가 자랑하는 유려한 빌드업과 공격 전개도 후반전엔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위력적인 교체 선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비단 카메룬전 한 경기의 문제는 아니다.
대표팀은 베스트11과 교체 선수 간의 격차가 큰 편이다.
월드컵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경기에서의 반전이 필요할 때 활용할 뚜렷한 특급 조커가 생각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2연전에서는 조커로서의 이강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이강인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잘하는 선수다.
시즌 초반의 활약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 톱 클래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대표팀에 없는 기술과 창의성, 킥 능력을 보유한 자원이다.
이 정도 수준의 선수를 굳이 포기할 이유가 있을까.
손흥민은 “대표팀이 강인이를 위한 팀은 아니다.
저도 아니고 팬도 아니고 감독님만 결정할 문제다.
어떠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기 후에 저는 강인이에게 너무 집중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강인이가 그런 것을 보면 당연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며 대표팀에서 이강인에게 이목이 과하게 집중되면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손흥민이 언급한 이야기는 이번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진짜 핵심은 벤투 감독이 월드컵에서 통할 만한 위력적인 패 하나를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포기했다는 데 있다.
이번 2연전을 통해 이강인이 교체로 들어가 팀에 도움이 되는지, 혹은 마이너스가 되는지를 점검할 수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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