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구나, 이태식이.’
프로야구 NC 투수 이재학(32)은 올 시즌 내내 불운했다.
개막 직후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는데 넉 달간 땀 흘린 그에게 남은 기록은 8패와 평균자책점 4.95였다.
처음 석 달 동안은 마운드 위에서 충분히 버티고도 타선 지원을 얻지 못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얻고도 선발승을 날린 게 세 차례다.
그나마 지난달 13일 창원 두산전 승리로 해갈한 게 전부였다.
출발선의 불운이 페이스에 영향을 미쳤고, 이재학은 7월 마지막 등판부터 불펜 계투조로 보직을 옮겼다.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부상 재활 중이던 외국인 선수 웨스 파슨스가 팀과 결별하면서 선발진에 한 자리가 생겼다.
며칠 지나지 않아 에이스 구창모가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통증이나 부상 재발이 아닌 휴식 차원의 조치다.
두 자리가 빈 상황서 누군가 한 명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해야 했고, 강인권 NC 감독대행은 이재학을 그 자리로 불렀다.
보직 전환 후 약 2주일, 이재학은 예상치 못하게 다시 선발진에 합류했다.
강 대행은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0일 잠실 두산전은 선발 이재학의 가치를 증명한 하루다.
6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두산 타선을 3피안타로 틀어막았고, 투구수는 67개였다.
한계 투구수를 고려하면 충분히 완봉까지 가능했지만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탓에 이재학은 조기에 마운드를 불펜 계투조에 넘겼다.
NC는 이재학의 호투 덕에 두산을 11-0으로 눌렀다.
이재학은 NC 마운드의 상징이다.
개국공신으로서 처음 토종 에이스라 불렸다.
지난 2013시즌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을 때는 이른바 ‘스트롱베리’라는 별칭도 있다.
‘스트롱베리’는 강하다는 영단어(strong)와 얼굴이 붉어지는 이재학의 별칭 ‘스트로베리’를 합친 합성어다.
팀 역대 최다승(76승)과 탈삼진(1048개), 완봉(2회)과 완투(6회) 등 각종 기록 최다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운드에 오르는 일만으로도 구단의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구속 저하, 커맨드 등으로 고생했어도 마운드 위 이재학의 가치는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경기를 마친 뒤 이재학은 “창모가 없는 동안 빈틈없이 그 자리를 메우고 싶다.
지금의 좋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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