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
프로야구 KT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직후 한 달 내내 속앓이를 했다.
외국인 선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에 이탈했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까지 부진했다.
마운드의 힘, 특히 선발진이 최다 이닝으로 버텨야만 9이닝을 계산할 수 있는데 공식이 계속 꼬였기 때문이다.
고영표-소형준-배제성-엄상백 등 토종 선발들의 힘으로 고비를 넘겼으나 시즌 끝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시장에 마땅한 투수가 없다네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중순 결단을 내렸다.
타 팀보다 비교적 이른 시점이었다.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웨스 벤자민을 영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마이너리그서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진 못했어도 KBO리그서 충분히 통할 것이란 분석이 근거였다.
이 감독이 벤자민과 텍사스 레인저스서 한솥밥을 먹은 애제자 양현종(KIA)에게 직접 성향과 성격까지 파악하는 등 검증을 거쳤다.
타이브레이커와 한국시리즈 등에서 남긴 호투,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쿠에바스의 대체자로서 손색없다는 평가였다.
KT 유니폼을 입은 지 약 두 달, 적응기를 거친 벤자민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4일 창원 NC전서 7⅓이닝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과 이닝 소화였다.
역전패로 선발승을 챙기지는 못했어도 벤자민의 기대치를 확장할 수 있는 하루였다.
고된 적응기를 떠올리면 더 극적이다.
6월9일 고척 키움전 등판 이후 1군서 말소됐다.
2주일 동안 쉬고 난 다음 돌아왔는데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7월 한 달 동안에는 4차례 선발 등판 중 3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벤자민이 구종 선택을 실수했을 때 나무라기도 했다.
빠르게 적응기를 마쳐야 후반기부터 순위싸움을 시작하고, 가을야구에서도 유리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감독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3위 LG와 격차를 좁히겠다고 공언했다.
강백호가 빠져 있어도 마운드가 안정을 찾은 만큼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벤자민이 가을 냄새를 풍기고 있다.
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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