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이 '뉴랜지스터(Neuransistor)' 개념을 제시하고, 최초로 뉴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뉴랜지스터는 뉴런(Neuron)과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합성어로 뇌의 뉴런 특성을 구현하는 트랜지스터라는 의미의 새로운 용어다.
이는 뇌 속 신경세포인 뉴런의 흥분·억제 반응을 모방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를 스스로 처리·학습할 수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핵심 반도체 소자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액체 상태 기계(Liquid State Machine·이하 LSM)의 하드웨어 구현을 가능케 할 뉴랜지스터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LSM은 생물학적 신경망의 동적 특성을 모사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입력 데이터를 처리하는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 모델을 말한다.
그간 컴퓨터는 동영상처럼 시간 흐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인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탓에 많은 시간과 전력을 필요로 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뇌 속 뉴런처럼 흥분·억제되는 반응을 전기 신호만으로 동시에 구현, 시계열 데이터의 정보 처리에 특화된 단일 반도체 소자를 새롭게 설계했다.
이 소자는 산화 티타늄(TiO2)과 산화 알루미늄(Al2O3) 등 산화물층을 쌓아 만든 구조다.
두 층이 맞닿는 계면에서는 전자가 자유롭고, 빠르게 이동하는 이차원 전자가스(2DEG) 층이 형성된다.
이 층의 양 끝에는 흥분성(EPSP) 및 억제성(IPSP) 신호에 모두 반응하는 뉴런형 소자가 연결돼 있다.
이차원 전자가스는 계면에서 전도성이 우수한 전자 층이 형성되는 현상으로, 높은 이동도와 빠른 응답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뉴랜지스터는 게이트 전압의 극성에 따라 소스와 드레인 간 흥분성 또는 억제성 반응을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이 소자는 기존 LSM 구현에서 필수적이던 복잡한 입력 신호 전처리 과정(마스킹)을 간단히 해결한다.
기존에는 '마스킹' 기능 구현이 매우 복잡했지만, 뉴랜지스터는 소스 전극에 가해지는 전압을 조절해 손쉽게 마스킹 기능을 구현하고, 시계열 입력 신호를 다차원의 출력 정보로 정확하게 변환한다.
또 높은 내구성과 소자 간 균일성을 확보함으로써 실용성을 높인 게 특장점이다.
연구팀은 뉴랜지스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시계열 데이터를 처리하는 '두뇌형 정보처리 시스템' LSM도 구현했다.
뉴랜지스터를 활용할 때 기존 방식보다 10배 이상 낮은 오차율과 높은 예측 정확도는 물론 학습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김경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 뇌의 신호 처리 방식과 유사한 구조를 실제 반도체 소자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며 "이 기술은 향후 뇌 신경 모사형 인공지능(AI), 예측 시스템, 혼돈 신호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나노종합기술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논문)는 지난 8일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도 게재됐다.
논문은 신소재공학과 정운형 박사, 김근영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해 완성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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