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전국 대비 상하수도관 매설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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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지하터널 공사 현장. 상부 도로와 구조물이 함께 내려앉으며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지하수 다량 유출과 지반 약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뉴시스 |
갑자기 땅이 꺼지고, 차량이 빨려 들어간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과 부산, 경기 광명에 이어 이제는 경기도 전역에서 ‘지하 붕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만 지난해 지반침하 사고가 5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땅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2023년 도내에서 발생한 지하시설물 관련 지반침하 사고는 총 29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79건에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며 2022년에는 26건까지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사고의 주된 원인은 상하수도관 손상(42.6%), 되메우기(다짐) 불량(22.3%), 굴착공사 부실(14.8%) 등으로, 대체로 지하 매설물 관리 부실이나 공사 불량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반침하 사고는 여름철 우기(6~8월)에 집중됐다.
최근 5년간 사고 305건 중 8월이 16.8%, 7월 15.5%, 6월 14.9%로, 6~8월 사이에 전체의 47.2%가 발생했다.
지반이 약해지는 계절에 집중호우와 누수 등이 겹치며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상하수도관이 가장 많이 매설된 지역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상수도관 24만6000㎞ 중 16.6%인 4만950㎞, 하수도관 17만2000㎞ 중 19.7%인 3만3914㎞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이를 합치면 전국 상하수도관 총연장 41만8000㎞ 중 17.9%가 경기도 지하에 묻혀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매설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관도 전체의 9.0%인 6764㎞에 달한다.
상수도관 6368㎞, 하수도관 396㎞ 규모로, 노후관 파열에 따른 지반침하 위험이 여전히 높은 상태다.
지하 공간의 구조적 취약성은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
지난 11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지하 35~40m 지점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1명이 실종됐으며,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현장은 평소 하루 평균 1600t 이상의 지하수를 퍼내며 공사가 진행되던 곳으로, 지하수 배출로 모래층이 약해져 붕괴에 취약한 지반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의원이 확보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 구간에 대해 이미 2019년 “지반침하 및 구조물 안정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환경부와 경기도도 “싱크홀 발생 예방 대책 수립”을 요구한 바 있다.
경기도는 지하 안전 확보를 위해 2020년부터 ‘지하안전지킴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토목·지질·구조 전문가 42명이 참여해 매년 해빙기(3~4월), 우기(6월), 집중호우기(9월) 등 굴착 공사 현장(10m 이상)을 중심으로 정기 점검을 실시한다.
시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지하안전 교육도 연 2회 실시 중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하 안전에 대한 도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예방 중심의 행정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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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싱크홀. 최근 지반침하 사고가 잇따르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
최근 싱크홀 사고는 비단 경기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며 1명의 사망자를 냈고 며칠전 부산 사상구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도 대형 포트홀이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안을 호소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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