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의무기록 자동화 시스템 등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적 미비가 스마트병원 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단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병원협회는 1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혼돈의 한국의료, 새 길을 찾다'를 주제로 아시아 최대 병원경영 학술대회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2025'를 개최했다.
이날 '스마트병원'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선 디지털화를 통한 병원 업무의 효율화 사례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소개됐다.
이날 첫 번째 연자로 나선 김혜순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정보팀 과장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효용을 소개했다.
RPA는 규칙기반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김 과장은 "RPA 등을 활용해 규칙기반의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며 "강남세브란스 병원은 입·퇴원 관련 의무기록, 간호기록 점검 등 7개 파트의 19개 과제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RPA 활용을 통해 수작업 기반의 반복적 업무 개선을 통해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전환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24시간 업무 수행이 가능해지고 정확도가 향상됐으며 직원들의 창의적이고 생산성 높은 업무 수행 환경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병원의 사례들이 소개되는 가운데 제도의 미비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호영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교수는 "여러 가지 제도와 인프라의 미비가 디지털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젠 스마트하고 건강한 사회로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보건의료 산업을 증진시키고 싶어 하는데 산업이 크려면 시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의료 시장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며, 하향 평준화된 가격이 형성됐기에 시장이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스마트병원을 위한 시스템 개선의 법적 근거 등 제도가 미비하단 점도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자체 표준을 만들고 싶어해 결국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한국 표준도 중요하지만, 데이터의 국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 추진위원회 등이 있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계속 휘둘리고, 정부나 국회에선 법적 근거가 없는 위원회의 주장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병원의 외관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김종엽 건양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병원이 어떻게 하면 스마트해 '보일까'에 하드웨어 도입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며 "홍보 효과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스마트 솔루션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스마트 예산이 아니라 홍보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소프트웨어 위주의 진짜 스마트 솔루션들은 대부분 겉으론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경영진들도 결정을 내리기 매우 어렵다"며 "그렇기에 그러한 요구는 현장 의료진들을 통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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