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힘들면? 퇴사하고 여행 다녀오면 되지"
전통적인 은퇴 개념에서 벗어나 중간중간 퇴사나 휴직으로 숨 고르기를 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늘고 있다.
11일 채용 플랫폼 캐치에 따르면 Z세대는 은퇴를 인생 마지막 단계로 미루는 '전통적 은퇴'(35%)보다 퇴사나 휴직을 통해 중간휴식기를 갖는 '마이크로 은퇴'(65%)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치가 Z세대 구직자 21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마이크로 은퇴를 시도하고 싶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30%, '시도하고 싶지 않다'는 10%로 집계됐다.
마이크로 은퇴를 시도하고 싶은 이유로는 '국내외 여행'이 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미생활(15%)', '휴식 및 건강 회복(11%)' 순이었다.
이외에도 자기계발(8%), 커리어 전환(6%), 새로운 경제활동(5%), 가족·친구와의 시간(4%) 등이 잇따랐다.
반면 시도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공백(32%)'을 꼽았다.
이어 경력 단절 우려(30%), 커리어 정체기(17%), 장기 계획 차질(14%), 사회적 인식 부담(5%)이 뒤를 이었다.
마이크로 은퇴를 실제로 고려 중인 응답자에게 언제쯤 시도할 계획인지 묻자 '언제든 필요할 때'라는 응답이 25%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1년 뒤'는 20%, '5년 뒤'는 17%, '3년 뒤'는 15%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10년 뒤(10%), 2년 뒤(9%), 7년 뒤(4%) 순이었다.

마이크로 은퇴 트렌드에는 기성세대와 다른 Z세대의 직업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직장에 평생 머무르는 대신 자신의 삶과 가치에 맞춰 자유롭게 이직과 퇴직을 결정하는 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 채용지원서비스 플랫폼 '프랙티스 앱티튜드 테스트'의 창립자 가이 손튼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는 긴 경력과 승진만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정신건강과 개인적인 성취, 그리고 의미 있는 경험을 더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손튼은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이러한 트렌드를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그는 "SNS를 통해 순간순간 찾아오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구가 더욱 커졌다"며 "젊고 건강할 때 여행하고 취미를 즐기며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본부장은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이직이 보편화되면서 중간 휴식기를 갖는 마이크로 은퇴가 Z세대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는 전통적 은퇴 시점을 기다리기보다 주도적으로 삶의 방향을 설계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추세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Z세대의 잦은 퇴사와 휴직이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 충분한 재정 계획 없이 여행 등에 과도하게 지출하면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반복적인 소득 공백기가 발생할 경우 노후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