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는 구조전환 사업을 실시한 후 이들 병원에서 뇌동맥류나 암과 같은 중증수술과 중증응급·소아 환자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급감했던 진료량도 상당 부분 회복됐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진행 중인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수술, 중증응급·소아 등 적합질환 환자 비중은 52%로 지난해 1월 44.8%보다 7.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비상진료대책 기간 감소했던 진료량이 구조전환 지원사업 시작 이후 중증수술·입원 등을 중심으로 역량을 회복하면서 이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수술은 지난해 9월 2만8000건에서 12월엔 3만7000건으로 약 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환자 수는 203만명에서 222만명으로 9%, 입원환자 수는 16만명에서 19만명으로 16%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에 집중하고 비중증 환자는 종합병원을 이용하면서 지난해 말 종합병원 이상의 전체 환자 수는 2023년 12월의 98%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지역 2차병원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2차병원 간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41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역 2차병원과 패스트트랙을 구축했고, 이에 따라 2차 병원에서 진료받던 환자도 암, 급성백혈병 등 중증 의심 소견이 있는 경우 수일 내에 바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고 입원하는 등 진료 대기기간이 크게 줄었다는 게 복지부의 주장이다.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의 쏠림을 막고 지역 내 진료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전문의뢰는 지난해 11월 859건에서 올해 1월 7076건으로, 전문회송은 4565건에서 1만8923건으로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기존 5인실 이상의 병상은 줄고 2~4인실 병상은 증가하면서 입원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상급종합병원의 5인실 병실은 지난해 9월과 비교해 52.4%, 6인실 이상 병상은 31.7% 감소한 반면, 2~4인실 병상은 61.5% 증가했다.
중환자실 병상 또한 112개 확대됐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구조 전환을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연간 3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금도 차질 없이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중증·응급환자 등 24시간 진료 대기(당직) 지원을 위한 '24시간 진료지원금'을 사전 지급해 전문의 약 1395명, 간호사 1433명 규모를 지원했다.
올해 2월엔 상급종합병원이 일반병상은 5~15% 감축하면서도 중환자실과 권역응급·외상센터 병상, 긴급치료병상, 뇌졸중집중치료실 등 정책적 목적의 병상은 확충할 수 있도록 '병상 구조전환 지원금'을 사전 지급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진료량 경쟁을 벗어나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의 의료 질 제고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지난달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 발표한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도 조기에 착수해 상급종합병원에 이은 2차병원의 구조전환을 지원하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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