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직원 배관 작업하다 사고
현장 안전관리자도 배치 안되고
소방수 공급밸브 작동불능 상태
시공 삼정기업 임원 등 6명 구속
지난 2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부산 반얀트리)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배관 절단 및 용접 과정에서 튄 불티가 배관 보온재로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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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오랑대공원 인근의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에서 진행된 합동감식에서 감식팀 관계자가 당시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B동 1층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에 따르면 부산 반얀트리 신축공사 현장 화재는 B동 1층 PT룸(배관을 유지·보수·관리하는 공간)에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가 직경 37㎝의 스테인리스 배관을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아르곤으로 용접하는 과정에서 불티가 튀면서 발생했다.
전체 8개 배관 가운데 7번째 배관에서 용접 작업 도중 튄 불티가 배관 뒤쪽 천공(구멍)으로 빠져나가 지하 1층 수처리실 상단부에 설치된 배관 보온재에 떨어졌고 약 30분에 걸쳐 열을 축적하는 ‘축열 과정’과 천천히 타들어가는 ‘훈소 과정’을 거쳐 발화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시공사인 삼정기업은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고,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 설치도 미흡했다.
그나마 설치된 소방시설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각각 건식과 습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으나 소방수를 공급하는 밸브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거나 잠겨 있어 작동불능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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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부산 해운대구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부산 반얀트리)’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연합뉴스 |
고용노동부가 본사와 공사현장 4곳, 하청업체에 대한 특별·기획감독을 한 결과, 불티 날림 방지조처와 비상구 안내표지를 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각종 수당 과소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도 적발됐다.
용접 작업을 한 하청업체 등에 대한 기획감독에서는 안전교육 미실시 등 13건의 법 위반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시설의 미작동과 시공사 및 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의 안전관리 주의 의무 위반 행위가 더해져 6명의 작업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시공사 삼정기업 박모 회장과 박 회장 아들 박모 대표 및 하청업체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청·하청업체 현장소장과 용접 작업자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중처법 위반 혐의로 최고경영자(CEO)가 구속된 것은 2022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와 2024년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사고에 이어 세 번째다.
부산=오성택 기자,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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