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향해 “나는 마녀 사냥 피해자”
프랑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약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심각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비난하며 “(대권 도전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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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을 지지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르펜이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손동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르펜은 RN 당원 등 지지자들을 향해 “유죄 판결의 배경에는 마녀 사냥이 있다”며 “사법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마린, 마린”을 연호했다.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르펜은 지난달 31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 법원은 르펜이 2004∼2016년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보좌진을 채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받아낸 뒤 실제로는 자신의 소속 정당 RN에서 일한 당원 급여 지급 등에 썼다는 검찰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징역 4년(전자팔찌 착용 상태로 2년간 가택 구금 실형)에 벌금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를 선고했다.
아울러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한다고 덧붙였다.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은 당장 1심 선고 직후부터 적용된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이상 르펜은 2027년 4∼5월로 예상되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것이다.
르펜은 앞서 2012년, 2017년, 2022년 세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
모두 낙선하긴 했으나 2017년과 2022년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나란히 결선에 올라 각각 42%, 41%라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프랑스 국민의 최소 40% 이상이 그를 지지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르펜의 지지율은 3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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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을 지지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가 열려 참석자들이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UPI연합뉴스 |
앞서 르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와 자신을 비교하기도 했다.
푸틴 반대 운동을 주도한 나발니는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고 시베리아의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도중 2024년 2월 47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했다.
이날 집회에서 르펜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사법부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 당은 모든 판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이번 유죄 판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자, 수백만명의 애국적인 프랑스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FP는 르펜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법관들이 RN 지지자 등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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