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선포, 한국인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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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지난 4일 오후 서울 안국역 앞에서 '윤석열 8대 0 파면을 위한 시민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을 지나 서십자각까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 시간) "한국 사회가 지난 4개월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날 '한국 민주주의가 무모한 지도자를 이긴 방식'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분석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먼저 NYT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아시아에서 민주 국가 모범 사례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를 전했다.
그럼에도 4개월 만에 한국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NYT는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는 주어진 것이 아닌 고문, 투옥, 유혈 사태를 통해 수십년간 권위주의 지도자들과 투쟁해 쟁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보낸 군대가 국회를 습격하며 무력 점거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NYT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한국인이 삶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를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또 "독재 종식, 자유 선거 도입, 폭력적 지도자 축출 등 한국의 모든 주요 정치적 이정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이후 달성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NYT는 외부 관찰자에게 이번 일련의 사태가 1980년대 후반 만들어진 민주주의 기관들의 승리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1980년대 한국을 취재했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쿠데타 시도에 대한 반응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쿠데타에 즉각적이며 대규모로 대응한 시민 사회의 회복력, 특히 1980년대에 태어나 처음으로 독재 통치 복귀 위험을 경험한 한국 청년들의 열정이 돋보였다"고 진단했다.
스나이더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것도 사건의 명확성, 이념적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매우 중요한 표현이었다"고 분석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