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이 있죠. 3월 1일부터 새 학기를 시작해 4월 중순이면 어느덧 한 학기의 초입이 지나가게 되는데요. 가물가물하지만 마음먹고 벚꽃 구경을 할라치면 벼락치기 하느라 정신이 없고, 막상 시험이 끝나면 꽃 대신 푸른 잎사귀가 비집고 나오는 것을 본 기억이 남아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입학과 개학은 언제나 3월부터죠. 상반기 신규채용도 보통 3월부터 시작하고요. 한 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는 3월이라는 이미지가 크죠.

이와 다르게 일본은 4월부터 모든 것을 시작합니다.
입학과 개학, 회사 입사도 모두 4월에 하는데요. 심지어 입학식 날짜도 4월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벚꽃은 중간고사를 의미하는 게 아닌, 새로운 시작을 내포하는 것이 큰데요. 그럼 어쩌다가 옆나라 일본은 4월에 이를 시작하게 됐을까요? 오늘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드립니다.
먼저 4월 1일이 굳어지게 된 이유는 정부 회계연도에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회계연도는 4월에 시작하는데요. 이를 설명하려면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메이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메이지 시대 일본은 서구 문물과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산업화를 이루게 되죠. 그러면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로 나아가게 됩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군사비 증강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세수 부족으로 재정 위기에 처하게 되죠. 그래서 메이지 17년인 1884년에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이듬해 분의 세수를 선차입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1885년을 위해 비축한 예산이 당연히 줄어들게 되겠죠.
이를 일본 정부는 회계연도 시기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원래 일본 회계연도는 7월부터 시작했지만, 1886년부터 4월에 시작한다고 당겨버린 것이죠. 이렇게 되면 1885년도 3개월 당겨져 12개월에서 9개월로 줄어들게 되죠. 그렇게 장부를 맞추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학자들 설명인데요.
또 다른 주장은 당시 세금을 내는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에도시대에는 쌀로 세금을 냈다고 합니다.
근데 메이지 시대부터 쌀 대신 돈으로 내는 금납으로 제도가 바뀌게 되죠. 그러면 농가에서 먼저 가을에 쌀을 수확하고, 이 쌀을 팔아 현금으로 바꾸어 납세하고, 정부가 현금을 걷어 예산을 편성해야 합니다.
만약 1월부터 시작하거나 하면 쌀을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걷어 편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4월부터로 늦추게 됐다는 설입니다.

이렇게 일본의 회계연도가 바뀌자 같이 변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징병제입니다.
징병 대상자 신고일이 9월에서 4월로 변경되는데요. 그러면서 사관학교 등 군 관계 학교들이 4월로 신학기를 변경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른 학교들도 발을 맞춰 입학 시기를 통일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기업들도 이를 따르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원래 메이지 시대 일본의 학교들은 독일이나 영국을 롤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유럽과 같은 '9월 입학'을 채택했었다고 합니다.
이 9월 입학이 변하게 된 것이죠.
그래도 일본처럼 4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굉장히 소수라고 해요. 외국의 경우 4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일본, 인도, 파키스탄 정도라는데요. 유럽권은 9월에 학기를 대부분 시작하고, 우리나라처럼 3월에 시작하는 나라도 전 세계로 비교 대상을 확장하면 생각보다 드물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본에서는 수업 일수를 확보하기 위해 4월 입학 대신 9월 입학으로 변경하는 안이 논의되기도 했었습니다.
여하튼 한 나라의 표준이 어느 나라에선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하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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