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안국역,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집회지가 집회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파 밀집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지하철역에는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고 버스 노선은 우회해 지나갔다.
지난해 12월 이후 탄핵 찬성·반대 시위가 있을 때마다 주요 집회지 인근 지하철역 수송 인원이 급증했다는 것은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5일 국토교통부 철도통계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탄핵 찬성 집회 시민들이 국회로 몰리면서 혼잡했던 여의도 일대 지하철은 지난해 12월 토요일(7·14·21·28일) 총 4일 동안에만 104만여명의 시민이 이용했다.
총 43만명에 불과한 직전 월 토요일(11월 9·16·23·30일) 평균 승하차 인원의 2.4배 시민이 몰린 것이다.

집회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12월 1·2주 차 토요일과 직전 월 1·2주 차 토요일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지난해 12월7일 42만5000명이 여의도 일대 지하철을 이용했다.
5·9호선 여의도역의 이용객은 25만명을 기록했고, 5호선 여의나루역 8만5000명, 9호선 국회의사당역 9만 등이다.
다음주 주말인 14일에는 5·9호선 여의도역 25만5000명, 5호선 여의나루역 8만명, 9호선 국회의사당역 8만6000명 등 총 42만여명이다.
12월7일과 14일 이틀 동안에만 84만여명의 시민이 여의도 일대 지하철을 이용한 것이다.
반면 같은 해 11월 첫·둘째 주 토요일인 9일, 16일 수송 인원은 23만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집회가 열린 날 일부 시간대는 여의도역, 국회의사당역에서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했다.

탄핵 찬반 집회가 섞여 열렸던 광화문 일대도 집회 때 지하철역 이용 인원이 전월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토요일 집회마다 광화문 일대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은 약 100만명에 달한다.
전월 토요일(81만명) 대비 1.2배 증가했다.
특히 5호선 광화문역의 12월 토요일 이용객 수는 34만명으로, 전월 대비 47.8% 증가했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이 발생한 날 인근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은 하차 인원이 전날(8199명) 대비 55% 증가한 2만4700여명이었다.
1월 일평균 하차 인원(약 6000명)의 약 4배 수준이다.
1월19일 오전 2시53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전날 18일부터 서부지법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몰려있는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 구속 소식에 극도로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거나 담을 넘어 법원으로 난입했다.
이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3시21분께 법원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날 법원을 둘러싼 인원은 4만여명(18일 오후 5시 기준, 경찰 추산)에 달했다.
이들 중 일부가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지하철 하차 인원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애오개역은 1월18일 오후 4시8분부터 약 10분간 상·하행선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농민들이 트랙터와 경운기를 끌고 와 이른바 '전봉준 집회'로 불린 남태령 집회도 비슷했다.
4호선 남태령역은 유동 인구가 적어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이 1200명대(2024년 기준)로, 이용 인원이 가장 적은 서울 지하철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는 남태령 인근이 주요 집회지로 변모했다.
12월 초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트랙터 등을 이끌고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 제지에 막히면서 밤새 대치가 벌어지면서다.
이 소식을 들은 탄핵 찬성 시민들과 일부 보수 유튜버들도 남태령으로 모여들면서 매주 주말 이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서울시 지하철 승·하차 인원 정보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탄핵 반대 집회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 12월 남태령역 승하차 인원은 5만3000여명에 달한다.
같은 해 1~11월 이 역의 평균 하차 인원이 약 3만5000명인 것보다 훨씬 뛴 수치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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