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층간소음·스트레스 이사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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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보호자가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아기를 낳은 뒤 유모차를 끌고 주차장을 지나거나 좁은 보도를 걷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육아에 적합한 주거지를 찾아 이사하는 3040 부모들이 늘고 있다. 양다훈 기자 |
편집자주|‘육아동네 리포트’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40 부모들의 삶과 선택을 따라갑니다.
아기 울음 한 번에 바뀌는 집, 거리, 인생의 궤도까지. 변화의 중심에 선 가족의 이야기를 8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온라인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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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요? 부동산 앱 다시 켠 거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A(36)씨는 첫째 아이를 출산한 지 두 달 만에 이사를 결심했다.
갓난아기의 울음에 눈치 보이는 월세 빌라, 유모차 끌고 오르내리는 계단, 너무 먼 소아과까지. 아이가 태어나자 그동안 ‘참을 만했던 집’은 하루아침에 살 수 없는 집이 됐다.
그는 현재 도보 3분 거리 초등학교, 신축 엘리베이터 아파트, 키즈카페·공원 밀집 지역인 서울 강서구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출산 이후 육아 여건을 고려해 이사를 결심하는 3040 부모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강서·노원·은평·성북구 등 가성비가 있으면서도 육아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직장과의 거리나 교통이 주거 선택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가족의 손’과 아이 위주 환경, 육아 지원이 핵심 입지 조건이 되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오르내리는 계단, 먼 병원 등등 작지만 반복되는 불편들이 이사를 재촉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다가구 주택 4층에서 유모차를 들고 오르내리는 게 고역이었다”는 B(34)씨는 둘째 임신과 동시에 이사를 결정했다.
아이 울음소리,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도 주요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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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앞에 놓인 유모차.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지만 1층 입구에 계단이 있어, 유모차를 들고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이 여전하다. 양다훈 기자 |
직장인 김진환(37·가명)씨는 서울 서초구 토박이다.
결혼 후에도 줄곧 서초에서 살아왔지만,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 주거지를 서울 노원구로 옮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장모님의 손을 빌릴 수 있기 때문. 그는 “출근할 때 장모님이 아기를 봐주실 수 있으니까 훨씬 안정감 있어요. 저녁에도 퇴근해서 노원까지 오는 길이 길지만, 그게 더 낫다고 판단했죠”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연은 노원구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사 김모(58)씨에게도 있었다.
그는 결혼 전까지 광진구 광장동에 살았지만, 결혼과 함께 노원구로 이주해 30년 가까이 자리를 잡았다.
그는 “애들이 장모님 손에 컸어요. 아기 맡기고 둘이 맞벌이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3040 세대에게는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의 손’이 닿는 거리가 최고의 입지 조건이 된다.
과거에는 직장과의 거리, 교통 편의가 주거지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육아가 앞선다.
부모·시댁·처가와의 거리까지 고려한 ‘생활권 재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거주 3040 부모들이 많이 이사하는 지역으로는 강서구, 노원구, 은평구, 성북구 등이 꼽힌다.
이들 자치구는 신축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공원 등 육아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강서구, 노원구, 은평구, 성북구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0~4세 아동 비중이 높은 동네 상위 10곳에 포함됐으며, 인구 수 기준으로도 서울 10위권내 주요 주거지역에 속한다.
주거 여건과 육아 환경을 두루 갖춘 만큼 실수요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사에는 단순히 동네를 옮기는 것 이상의 감정이 담긴다.
‘아이를 위해 더 나은 공간으로 가야 한다’는 책임감, 부모로서의 불안, 때론 미안함. 부동산 앱과 어린이집 후기를 동시에 검색하며 ‘좋은 동네’를 찾아 헤매는 과정은 단순한 거주 이전이 아니라 삶의 재설계이기도 하다.
윤수민 NH농협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의 3040 부모들은 생애주기에 따라 주거지를 옮겨가며 육아와 교육 여건을 고려한 선택을 한다”라며 “신혼기엔 도심의 편의성을 선호하다가도, 출산 후엔 유해시설이 없는 단지로, 아이가 크면 학군지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다음편 예고|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이른바 ‘초품아’가 부모들의 주거 결정을 어떻게 이끄는지 알아봅니다.
단지 안 학교가 왜 중요한지, 입주민 인터뷰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짚어봅니다.
단지 안 학교가 왜 중요한지, 입주민 인터뷰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짚어봅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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