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회피"
유족 측, 오열하며 법정 나서
![]() |
2023년 성탄절 새벽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를 낸 주민의 항소심이 기각됐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2023년 성탄절 새벽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를 낸 주민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제1-2형사부(원정숙 부장판사)는 1일 중실화, 중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78)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금고 5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여러 이웃과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꽁초의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를 확인한 이후에도 소방서에 신고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관문을 열어놔 연기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확산돼 피해가 커졌다"며 "화재로 사망한 피해자들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의 행위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 남은 삶에 있어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족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며 "피고인에게 유린 양형 사유로 고려할 만한 새로운 사정은 없고 오히려 피해자들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호소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유족 측은 "판사님. 검사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일어나 눈물을 보였다. 일부는 흐느낀 채 법정을 나갔다.
김 씨는 2023년 12월25일 오전 4시59분께 도봉구 23층짜리 아파트 3층 자택에서 부주의로 담뱃불을 끄지 않아 불을 내 아파트 주민 3명을 숨지게 하고 26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화재는 김 씨 자택 컴퓨터방 책상 주변에서 시작됐다. 김 씨는 담배를 피운 후 꽁초에 불씨가 남아 있었는데도 제대로 끄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가 환기를 위해 현관문과 컴퓨터방 문을 차례로 열어 다량의 공기가 유입됐으며, 이후 열린 문을 통해 유독성 연기가 아파트 전체로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화재로 아파트 4층에 살던 박모(33) 씨는 자녀를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리다가 크게 다쳐 숨졌다. 10층 주민 임모(38) 씨는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고 집에서 나왔으나 1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20층에 거주하던 박모 씨는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6월 사망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김 씨에게 금고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중과실치사상 혐의 법정 최고형이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가둬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이 강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김씨 측은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지난해 11월28일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화재가 난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발화의 원인이 담배꽁초라는 감식 의견은 틀렸고 해당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answer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