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퇴직 간부사원 110명이 간부에게만 적용하는 취업규칙을 통해 임금과 수당 지급에 있어 불리하게 처우한 것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3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추후 청구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기아 퇴직 간부사원 77명과 102명은 지난해 2월 5일과 15일 각각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023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회적 상당성을 이유로 근로자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을 할 수 없다'며 45년 만에 기존 입장을 변경한 뒤 관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아 퇴직 간부 110명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 "기아의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위반과 간부사원에 대한 차별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며 임금피크제 실시에 따른 임금 차액과 연월차 휴가 수당 등 차액 3000만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기아 퇴직 간부 110명은 지난해 12월 퇴직한 64년생이다.
앞서 기아는 2004년께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하는 이른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했다.
기아는 2015년께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원고들은 단지 간부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아가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고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않았으며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후 몇 년 후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했는데, 이러한 피고의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별도로 제정한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산정되는 연월차 휴가 수당 등 임금 및 복지혜택의 차액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5월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후 관련 소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례를 다수 내놨는데, 2023년 5월 45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단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지난 3월 7일 선행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보통 수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이런 소송들이 추가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 차원에서 법리적인 다툼 끝에 결론을 받기보다는 현재 재직자들과 협의를 통해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방식 등으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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