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탓에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 중 증액 절차가 생략되면서 산불 진화 초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대형 헬기 임차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28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올해 봄철 산불대응을 위해 담수량 총 2만ℓ인 산불진화헬기 2대를 국외에서 임차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끝내 무산됐다.
산림항공본부 한 관계자는 “국회의 예산 증액을 받아서 2만ℓ 헬기 두 대를 들여오려고 했다.
(지난해) 양당 간사 간 증액 협의도 된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서 증액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체 재원을 활용해 8000ℓ 헬기 두 대만 임차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탓에 현재 러시아산 헬기 8대가 가동 중지된 상황에서 담수능력이 큰 2만ℓ 헬기 두 대를 도입해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예산 문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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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에 나선 산림청 헬기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3일 울산, 경북, 경남지역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군에서 헬기 13대를 보내줬는데 물을 800ℓ 실어 와서는 불을 끄기엔 부족하며 2만ℓ 혹은 3만ℓ를 담는 수송기를 지원해 불을 초반에 바로 꺼야 한다”면서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
장비를 반드시 검토해 불이 났을 때 초반에 2만~3만ℓ 이상 소화 가능한 수송기를 동원해야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을 산림당국이 진작부터 예견했다는 점에서 대형 헬기 임차가 무산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1월 산림청이 작성한 ‘2025년도 산림항공본부 산불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림당국은 국내외 이상기후 영향으로 산불이 점차 대형·동시다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와 비교해 2020년대 산불피해 면적이 7.8배 늘고, 대형산불도 3.7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산림당국은 또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림 비중이 37%에 달해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산악지형인 점도 대형 산불 우려를 키운다고 밝혔다.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이번 산불을 계기로 소방 및 안전시설 등의 주요 재원인 소방안전교부세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난 2015년 국세인 담배분 개별소비세 총액의 20%를 재원으로 도입됐다.
이후 2020년 소방직 국가직 전환과 연계해 재원 규모는 담배분 개별소비세 총액의 45%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란 한계 탓에 증가율이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한국지방재정논집에 실린 논문 ‘소방안전교부세 분야 간 배분비율 개선 방안 모색’에 따르면 2015~2022년 소방안전교부세 사업비는 연 평균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내국세의 19.24%를 재원으로 하는 교부세(보통교부세+특별교부세) 규모가 같은 기간 연평균 11.8% 속도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거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논문을 작성한 한재명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배분 개별소비세의 감소는 금연 인구 증가 등에 따른 결과로 국민건강증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소방재원의 주요한 원천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