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발표될 상호 관세와 합하면 일부 국가에서 수출하는 자동차는 관세율이 40~50%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부담 역시 1100억 달러(약 16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발표 이후 자동차 업계는 정책의 세부 사항을 파악하고 타격을 완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하느라 분주해졌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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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에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유럽 자동차 수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며 “EU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와 현재 진행 중인 대미 협상의 결과까지 고려해 종합적인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캐나다는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는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자동차 관세 부과를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지칭하며 캐나다의 이익을 위한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곧 대화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일본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27일 “일본도 대상국에 포함되는 형태로 발표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일본은 2019년 이후 세계 최대 대미 투자국으로 미국 경제에 공헌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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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 가까이가 수입산이며, 미국에서 조립되는 차량도 평균적으로 부품의 60%를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7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주가는 각각 3.38%, 7.35% 하락했다.
한 유럽 자동차 업체의 고위 임원은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포드와 GM은 가격을 인상하고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조정하더라도 이번 관세로 올해 EBIT(이자 및 세전 이익)가 30%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또 관세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 연간 최대 110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의 댄 레비 애널리스트는 “북미 이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일부 차량에 대한 관세가 총 40~50%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관세가 엔진과 변속기와 같은 핵심 부품에도 적용되며 필요한 경우 다른 부품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내 일부 차량 판매가격이 최대 1만 달러 오를 수 있으며 미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1590만대의 5분의 1 정도인 300만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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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고. AFP연합뉴스 |
한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차량을 제조하는 중간 규모의 한 자동차 업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전부터 미국으로의 판매를 줄이고 중앙아메리카에서 더 많이 파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FT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로 가격이 25% 올라가면 차가 미국에서 팔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을 전량 미국에서 생산하는 만큼 미국 업체 중 가장 유리한 업체로 평가되지만, 전기차에도 해외 부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관세 부과에서 자유롭지 않다.
포르쉐, 재규어, 랜드로버, 벤틀리와 같은 유럽의 고급 차 브랜드는 미국에 생산 공장이 없어 관세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고객이 가격 인상을 떠안을 여지가 많은 편이다.
페라리는 27일 올해 재무 목표를 확정하면서 일부 모델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컨설턴트는 “이번 관세로 인한 진정한 고통은 미국에 차량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일본, 한국, 독일 업체들이 감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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