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경북·경남 산불 피해가 계속 확산 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 현재 사망자는 총 28명, 중경상자는 37명으로 집계됐다.
시설 피해는 3481개소로 잠정 집계됐다.
전소한 건축물만 2166개에 달하고, 농업 시설 1077곳도 불에 탔다.
국가지정 유산 11건과 시·도 지정 유산 12건도 피해를 입었다.
주민 8078명은 아직까지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강풍 탓에 사람이 달리는 속도와 비슷한 시속 8.2㎞ 속도로 산불이 번지고, 농·산촌에 거주하는 고령 주민이 많아 대피 과정에서 피해가 커졌다.
27일 오전에는 경북 영덕군에서 60대 산불감시원이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진화 작업 후 귀가하던 중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추정된다.
원명수 국가산림위성정보 활용센터장은 "2019년 속초·고성 산불 당시 초속 33m의 바람에도 시간당 5.2㎞로 불이 확산했는데,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했다.
경북·경남을 합쳐 산불 영향구역은 4만8150.6ha로 늘었다.
피해영향구역은 산불 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으로 실제 확인되는 피해면적보다 넓게 추산되지만, 2022년 울진·삼척 산불 피해면적(1만6302ha)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산불 진화율이 올라가면서 산불 진화작업에 반전의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
오늘과 주말이 산불을 잡는 ‘골든 타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 기준 경북 산불 진화율은 84.6%까지 올랐다.
27일 오후 6시 63.2%보다 20%포인트가량 높아진 수치다.
산불이 시작된 의성이 95%로 가장 높고 ▲청송 89% ▲안동 85% ▲영양 76% ▲영덕 65% 등이다.
잔여 화선도 283.8㎞에서 143.0㎞까지 절반가량 단축됐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도 86%로, 잔여 화선은 10.0㎞가량 남아 있다.
울산 울주 온양에 발생한 산불은 27일 밤 ‘단비’와 함께 주불을 잡았다.
부족하지만 간밤에 내린 비의 영향으로 습도가 올라가고 풍속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때문에 28일 최대한 진화작업을 펼쳐 주불을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중대본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산불 진화작업 중인 경북·경남 지역에는 소량의 비가 예보됐다.
불길이 가장 넓게 번진 경북 청송·안동·의성·영덕 등에는 일강수량 1mm 안팎의 비가 내린다.
습도는 오전 8시 기준 안동 60%, 청송 61%, 영덕 92% 등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풍속도 초속 2m 미만으로 약해져 있다.
일시적일지라도 산불 진압에 도움이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바람이 일시 잠자는 틈을 노려 진화 헬기를 중심으로 주불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풍속이 초속 20m 이상이 되면 헬기를 띄우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늘 오후부터는 다시 건조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고돼 있기 때문에 오전 중 적극적으로 진압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대형 헬기를 중심으로 주불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에 집중해 (헬기를)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헬기 109대, 인력 8118명, 진화 장비 967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주말부터는 다시 날씨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분간 비 예보가 없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돌아온다.
기상청은 "당분간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바람이 강하게 불겠다"고 예보했다.
경상권은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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