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생으로 20대 초반이던 정유정의 끔찍한 범행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정유정은 불우한 성장환경과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에 따른 분노를 쌓아두고 있었다.
그는 이 분노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묻지마 살인’을 선택했다.
앞선 1심, 2심 모두 정유정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사형이 사실상 사라진 현재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형량이었다.
![]() |
정유정이 2023년 5월 26일 과외 교사를 살해한 뒤 자신의 집으로 가 여행용 캐리어를 챙겨 피해자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CCTV. 뉴스1(부산경찰청) |
정유정은 2023년 5월 26일 부산 금정구의 피해자 주거지에서 흉기를 거듭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향해 흉기를 110차례나 휘두르는 잔혹함을 보였다.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손목 등 신체 곳곳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범행 6일 전인 20일, 과외앱을 뒤져 54명의 여성과 접촉한 끝에 희생자를 택했다.
자신이 키 150㎝의 작은 체구였던 점을 감안해 범행이 용의하도록 희생자를 ‘여성’, ‘혼자 거주할 것’ 등으로 좁혔다고 한다.
24일 피해자와 대화를 나눴고 “거리가 멀다”며 과외를 거절하는 피해자에게 “아이를 선생님 댁으로 보내겠으니 상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틀 뒤인 26일 중고앱에서 산 교복을 입고 피해자의 집을 방문했다.
피해자를 마주한 자리에서 자신의 나이를 털어놓은 뒤 불우한 처지를 이야기하다가 “죽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했다.
놀란 피해자가 도망가려 하자 “장난이에요”라며 피해자를 방심하게 한 뒤 살해했다.
이후 자신의 집에 들러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챙긴 뒤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경남 양산 낙동강 변에 유기했고, 당시 새벽에 혼자 여행용 가방을 들고 이동하던 중 이를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 |
연합뉴스 |
경찰은 정유정이 시신이 든 가방을 마치 여행 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고 집으로 돌아간 점,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로 판단,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28점으로,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았다.
강호순은 2005∼2008년 불을 질러 장모와 아내를 살해한 이후 추가로 8명의 여성을 납치, 살해했다.
같은 검사에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은 29점을 받았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40점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국내에선 통상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일반인의 경우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6일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정유정은 “정신적으로 힘들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며 심신미약에 기댔으나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11월 24일 “원한도 사지 않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만큼 엄중히 처벌할 사정이 충분하다”고 했다.
또 “20여 차례 반성문 대부분이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호소한 내용이고 범행을 뉘우친다고는 했지만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검찰은 “사형선고로 재범 위험을 막아야 한다”며 즉각 항소했고 정유정도 “형이 무겁다”며 맞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정이 가족에게 “억지로라도 성의를 보이려고 반성문을 적어야겠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유정 측은 항소하면서 1심 때 줄기차게 주장했던 ‘심신미약’을 거둬들였다.
2심에서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2024년 3월 27일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로 직업·나이·가족 관계·사전계획 유무·범행 동기 및 수단 등 양형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해 극히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정유정은 “형이 무겁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유정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