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에 건조한 대기와 강풍, 우거진 산림이라는 산불 확산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의성 산불은 몸집을 키우며 빠른 속도로 번져 하룻밤 새 경북 북부에서만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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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산불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쓴 화마에 상대적으로 거동과 이동이 쉽지 않은 고령의 노인들 인명피해가 컸다.
지역별 사망자는 영덕 7명, 영양 6명, 청송 3명, 안동 2명 순이다.
피해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70~80대 등 노인이 다수로 주택과 마당, 도로 등에서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영덕 사망자 일부는 실버타운 입소자로 전날 오후 9시 대피 도중 산불확산으로 타고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덕 매정리에서는 80대 부부가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행정당국은 이들이 대피하다가 불길에 갇힌 것으로 본다.
또 영덕 축산면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명이 집에서 매몰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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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에 전날 발생한 산불에 불탄 차량이 보존돼 있다. 이 차량 인근에서 산불 대피하다 숨진 3명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
석보면에서는 또 이장 내외가 처남댁을 구해 차에 태우고 가다가 변을 당했다.
50∼60대인 삼의리 이장 내외는 60대인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대피소 방향이 아닌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화마에 휩싸였다.
주민들과 행정기관 관계자는 이장이 다른 주민도 구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청송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숨졌고, 한 도로 외곽에서는 60대 여성이 소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대피를 위해 집을 찾아온 이장이나 행인에게 발견돼 급박한 상황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거나 집을 빠져나왔으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동에서는 70대 여성이 주택 마당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으며, 50대 여성은 주택 마당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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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경북 의성군 고운사 연수전이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전날 고운사를 덮친 산불에 타 전소됐다. 연합뉴스 |
이 불은 묘지 성묘객 실화로 인근 산림으로 확산해 강풍을 타고 몸집을 키웠다.
현재 이 산불로 의성 2975명, 안동 6937명, 청송 1만391명, 영양 980명, 영덕 2208명 등 2만3491명이 의성실내체육관이나 주변 학교 등으로 대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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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한 도로에서 발견된 산불에 불탄 차량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이 차량에서는 산불 사망자 3명이 나왔다. 연합뉴스 |
이날 일출 직후인 오전 6시30분부터 산불 현장에 헬기와 인력, 장비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전날 오후 6기 기준 의성산불은 전체 화선 길이 279㎞ 중 완료 192㎞, 잔여 화선 87㎞, 산불영향 구역은 1만5185㏊였다.
하지만 밤새 강풍이 불면서 화선과 산불영향 구역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화율은 전날 오후 6시 기준 68%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주택 150개와 공장 1개, 창고 43개 등 257개의 건축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성=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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