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축 재정에 돌입하는 영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속도를 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적한 '디지털 서비스 세금' 등을 손볼 것으로 관측됐다.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줄이고 공무원 해고까지 감행하는 등 세수 한 푼이 아까운 상황으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고민도 깊어졌다.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영국 간 무역 협상의 진전에 대해 전화로 통화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두 정상이 전날 오후 늦게 전화로 통화했다며 "경제적 번영 합의와 관련해 이뤄진 진전을 간단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이 현재 논의 중인 협정은 기술·인공지능(AI)이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규모가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미국과의 FTA를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시급한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디지털 서비스 세금 제도를 개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현지 매체는 영국 정부가 디지털 서비스 세금 인하 또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서비스세는 2020년 도입돼 인터넷 기업체에 영국 사용자를 상대로 올린 매출액의 2%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디지털 서비스세가 미국 거대기술기업(빅테크)에 대한 차별이라며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문제는 영국이 현재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디지털 서비스 세금까지 줄이면 재정적 어려움도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 영국 정부가 디지털 서비스 세금으로 확보하는 세수는 2025회계연도 기준 8억파운드(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스타머 행정부는 오는 26일 봄 재정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각 부처가 지출 감축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50억파운드(약 9조5000억원) 절감을 위해 장애인 지원금 신청 요건 강화, 물가 상승과 관계없이 장애인 수당 동결 등 복지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해 현재 50만명을 넘은 공무원을 1만명 감원하는 등 공공서비스 예산 연간 20억 파운드(3조8000억원)씩 향후 5년간 15% 삭감하는 방안도 공표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 안보 자강론이 높아지면서 국방비는 증액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3%인 국방비 지출을 2027년까지 2.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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